분류 전체보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수면 부족이 일상이다 몸에 안 좋은 걸 / Charlotte Gainsbourg - La Collectionneuse / 수면 부족이 일상이다. 몸에 안 좋은 걸 알면서도 자꾸만 불을 끄지 않고 잠이 든다. 고개를 돌릴 때마다 현기증이 난다. 오늘 문예창작Fiction Writing 수업에 재미없는 단편 소설 하나를 들고 갔다. 시간이 없어서 아침까지 고쳐 썼다. 열두 부를 인쇄하다 화를 낼 뻔 했다. 얼마나 혹평 받을까. 실험실에 가기 전에 카페에서 약물학 숙제를 하면서 점심을 먹었다. 바쁘니까 밥을 자꾸 사먹게 된다. 돈이 그야말로 "밥 먹듯" 나간다. 사람들은 여기가 의식주 싼 참 좋은 곳이라고 얘기하지만 그건 여기서 돈을 벌 때의 이야기다. 나는 7월 말 이후로 돈을 벌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얼른 독립해야겠다는 생각은 이제 버릇이 되었.. 더보기 Globalization and the Humanities (by David Leiwei Li) The sense everywhere of having nowhere to go is surely symptomatic of reflexive modernity, a global risk society whose predicament is defined by Ulrich Beck as "unintentional self-dissolution or self-endangerment" (Beck, Giddens, and Lash 176). As NJ puts it to the comatose Popo after Minmin left home, "I am not sure about anything these days. Every morning, I wake up feeling uncertain." "If you.. 더보기 또 아팠다 그래도 수업에 갔다 일본과 대만의 / Cris Cab - Black and Yellow (Cover) / 또 아팠다. 그래도 수업에 갔다. 일본과 대만의 뉴웨이브를 비교했다. 수요일 스크리닝 직전 나를 보자마자 인사 대신 스티브 잡스가 죽었대, 라고 말했던 여자애는 맥북 에어를 안고 필기했다. 그걸 보는데 어지러웠다. 떠드는 입들 사이에서 기절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졸도하지 않기 위해 나도 떠들었다. 페이퍼 주제를 받고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해야할 일들이 설치류처럼 무섭게 새끼친다. 예전에는 바깥이어도 아무데서나 잘 드러누웠는데 이제는 그것도 쉽지 않다. 5시에 있는 모임 때문에 세 시간 정도 무력하게 기다리며, "누군가 나를 데려다 눕혔으면(이병률)" 했다. 아무도 오지 않았다. 집에 돌아왔고, 저녁을 먹지 않고 8시 정도에 잠이.. 더보기 sketch 006 "싫어?" - 싫은 게 아니고, 어떤 거냐면... 그러니까 내가 사랑을 못 받고 자랐다거나 그런 건 아닌데, 그래도 무조건적인 애정은 익숙하지 않단 말이야. "왜 고민이야? 누가 널 예뻐해줄 때, 예쁨 받을 수 있을 때 즐겨야지." - 즐기라고? "어. 그러면 돼." - 아니 그러면, 나는 뭐라고 해야 돼? 아 예쁘다, 귀엽다, 이러면 뭐라고 말해야 돼? 감사합니다, 이렇게 하면 돼? "아니. 그냥 계속 귀엽게 웃고 있으면 돼." 더보기 월요일 밤부터 몸살기가 있었는데 어제 정신을 잃고 / 피터팬 컴플렉스 - 자꾸만 눈이 마주쳐 / 월요일 밤부터 몸살기가 있었는데, 어제 정신을 잃고 잤더니 좀 나았다. 오늘 낮에 수업을 마치고 집에서 몇 시간 더 잤더니 지금은 정말 다 나은 기분이 되었다. 다만 너무 많이 자서 두통이 약간 있는 정도. 몸이 아프다보니 아무래도 국물이 있는 음식 생각이 간절했다. 이건 거의 본능이다. 집에는 인스턴트 미역국과 육개장 뿐이었다. 라면도 있지만 그건 이미 어제 먹었다. 고민하다 집 앞에서 돼지고기 쌀국수를 사먹었다. MSG가 안 들어갔는지 심심하게 깔끔했다. 이게 아마도,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몸보신. 혼자 절반 정도 먹고 있을 때 성우가 와서 같이 저녁을 먹었다. 성우는 빨리 먹는다. 성우는 작업을 하러 스튜디오로 돌아가고 나는 수업 스크리닝에 .. 더보기 청춘10 진짜 아프면 들추어보지도 않는다고. 아무에게도 얘기한 적 없는 건데, 전화기 너머로 목소리가 입을 떼었다. 나는 그 다음 말을 예상할 수 있었다. 내가 견뎌야 할 중력을 직감했다. 도망치고 싶었다. 애초에 죽으려고 했던 게 아니라고 생각해. 바꾸어 말하면, 살았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니? 질문하지 않았지만 어쨌거나 들켰을 것이다. 몇 초 가량이 지났다. 우리들 중 외치는 쪽은 없었다. 다시 몇 초 가량이 지났다. 소란의 부재도 지났다. 가끔 숨이 가쁠 뿐이었다. 이후 그 전화는 연초를 언급하지 않았다. 네가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이건 아무에게도 얘기한 적 없는 건데. 추위가 감당이 안 되어 차라리 쇠를 든 순간이 있었다. 허락은 없었다. 그게 다행이었냐면, 그래요, 다행이었으리라 믿는 편이 쉬우니까요. .. 더보기 오늘은 꽤 많은 일을 했다 혼자였던 시간이 / Craig Armstrong - Glasgow Love Theme / 오늘은 꽤 많은 일을 했다. 혼자였던 시간이 적었다. 비가 많이 오자, 여름 중순 찢어진 장화를 버린 일이 늦게나마 아쉽다. 날이 너무 추워서, 집에 들러 늦가을에 입을 옷을 상자에서 꺼내 입고 다시 학교로 갔다. 이번 학기 처음으로 중앙도서관에서 공부했다. 신입생들이 우글대는 식당에서 동기들과 저녁을 먹었다. 신입생 누구와 재학생 누가 사귀기 시작했대, 등의 잡담을 들었다. 나는 그게 누군지 몰랐다. 경영대에서 파는 커피는 향은 최고지만 맛은 그럭저럭이다. 도서관 자판기 커피는 끝맛이 역해서 반을 마시고 버렸다. 지난 사순절에 겁도 없이 커피를 끊었다가 사경을 헤맨 적 있다. 잠을 자도 머리가 아팠고 잠을 안 자도 머리가 아팠다... 더보기 동생이 새벽에 떠났다 나는 문을 잠그고 다시 / Neon Indian - Psychic Chasms / 동생이 새벽에 떠났다. 나는 문을 잠그고 다시 잤다. 몇 시간 후 학교에 가다가 카페에서 공짜 커피를 받았다. 지난 달에 취직한 알바생이 커피를 뽑고 있었다. 인상이 무섭다고 생각했던 사내아이. 처음으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 뭐해, 전공이 뭐야, 재미있겠네, 오늘 비 와서 별로지. 말투와 목소리가 생긴 것처럼 건조했다. 커피를 마셔도, 불연속적인 수면은 나를 가벼운 수면욕에 종일 시달리게 했다. 실험 수업은 재미있지만, 같은 벤치를 쓰는 아이들 사이의 긴장감이 영 별로다. 여자애 두 명은 청일점인 남자애의 호들갑을 비웃고, 그 남자애는 낮은 목소리로 그들의 낮은 정신연령을 논한다. 나는 할 말도 할 일도 없다. 다들 조금씩만 양보했으면 하는.. 더보기 동생이 생일 선물로 인형 두 개를 사 / Souleance - Chemise / 동생이 생일 선물로 인형 두 개를 사 들고 나를 보러 왔다. 석 달 만에 동생을 본다. 잘 놀고 있다. 더보기 어젯밤에는 올 여름 들어 두 번째로 화장을 / Junior Boys - A Truly Happy Ending / 어젯밤에는 올 여름 들어 두 번째로 화장을 했다. 쌍꺼풀이 없는 나는 귀찮기도 하고, 눈화장을 하면 이상하게 항상 졸려서 눈꺼풀에 뭘 그리거나 찍어 바르는 일이 드물다. 오늘 아침에는 약간의 숙취를 안고 일어나 노트북으로 이창동 감독의 영화 를 보면서 씨리얼을 먹었다. 김용택 시인과, 정말로 술에 취한 듯한 황병승 시인이 나왔다. 내일 개강이다. 별로 실감도 안 나고 신나지도 않고, 방학이 딱히 방학답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 느낌이 없다. 캠퍼스는 말간 얼굴의 신입생들로 우글거리겠고 그 한쪽에는 시들한 내가 있겠다. 이번 학기는 연구실 나가는 걸 포함하면 19학점이다. 졸업반은 시간표가 널널하다고 누가 그랬나. 더군다나 첫 수업이 아침 .. 더보기 밥 먹자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긴다 학기 / 시와무지개 - 놀이공원 / 밥 먹자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긴다. 학기 시작이 일주일 정도 남아서 학교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냉장고에 남아있는 음식도 많은데, 자꾸만 저녁 약속이 잡힌다. 점심 먹자는 사람들은 실험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거절한다. 내일 점심 도시락으로는 저녁에 찬수와 먹다가 남긴 피자를 가져갈 생각이다. 찬수는 고생 끝에 내가 사는 곳으로 놀러 와서는, 의외로 많은 얘기를 했다는 걸 제외하고는 특별히 한 일도 없이 내일 떠난다. 찬수는 오늘 아침 나를 따라 팔 년 만에 성당에 갔고, 우리는 조금 전 이태석 신부님에 관한 영화를 같이 보았다. 원래 영화가 끝나자마자 씻고 잘 생각이었는데 쉽게 잠들 수 없다. 영화가 슬퍼서인지, 주말이 끝나는 게 아쉬워서인지, 찬수가 .. 더보기 혜빈이와 두준이가 놀다 갔다 다짐했던 대로 맛있는 / 보드카 레인 - 그 어떤 말로도 (feat. 장윤주) / 혜빈이와 두준이가 놀다 갔다. 다짐했던 대로 맛있는 음식 많이 먹여 보낸 것 같아 뿌듯하다. 보고 싶던 얼굴들과 시간을 보내고 나니 든든한 기분이 되었고, 이 기분이 지속되길 빈다. 내일은 사람 많은 랩에서의 첫날이고, 금요일에는 퇴근 즈음 찬수가 공항에 도착할 거다. 게다가 새로운 학기를 위해 사람들이 몰려올 참이다. 올해 초에는 주위에 사람이 없으면 안 되었다가, 봄이 오자 혼자가 나쁘지 않았다가, 혼자인 것이 아주 익숙했던 이 여름 끝 무렵 주위가 북적북적하다. 즐거우면 좋은 것이다. 몇 달 전 봄방학 때 놀러 왔던 애들을 차례로 배웅할 때에는 마음이 바람 빠진 것처럼 헛헛했다. 혜빈이를 공항에 데려다 주고 온 지금은 비교적 차분한 기분이.. 더보기 며칠 전부터 날씨가 놀랍도록 선선해서 다들 기뻐하면서도 / 못 - 서울은 흐림 / 며칠 전부터 날씨가 놀랍도록 선선해서 다들 기뻐하면서도 당황하고 있다. 날씨가 좋으면 불안해져야 하는 심리라니, 불공평하다. 심지어 오늘 아침은 춥기까지 했다. 내일은 애들이 놀러 오는 날이다. 며칠 동안 이 날씨가 지속될 수 있다면 좋겠는데, 여기 날씨란 게 또 워낙 모르는 일이다. 오늘도 날씨 좋은 와중에 구름이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했다. 뉴스를 읽다가 느낀 엄청난 혼란에, 참지 못하고 Chelsea 집으로 달려갔던 몇 주 전을 기억한다. 그때는 내 객관이 얼마나 주관이며 내 주관이 어디까지 객관일 수 있는지 남의 입을 통해서라도 알아야만 했다. Chelsea는 내 객관도 주관이고 내 주관도 객관이라는 듯 애매모호하게 나를 달랬고, 나는 쿵쾅거리는 마음을 안고 날이 어두워.. 더보기 몇 주 째 혼자 일하고 있어서 말수가 / Sigur Rós - Inní mér syngur vitleysingur / 몇 주 째 혼자 일하고 있어서 말수가 줄었다. 어차피 깨어있는 시간의 절반은 휴대폰도 꺼둔다. 여덟 시간 정도 입을 닫으면 말 대신 생각이 쌓이고 단단해진다. 사진들이 꽤 잘 나오고 있다. 허리가 아프고 손이 추위에 곱아드는 것만 빼면 좋은 날들이다. 적어도 금요일까지는 모두 마무리해야 한다. 계획대로만 하면 가능하다. 오늘은 퇴근하면서 도서관에 들러 책 한 권과 DVD 몇 장을 반납했다. 책 세 권과 DVD 한 장을 더 빌렸다. 사서는 장갑을 뜨개질하다가 바코드를 찍어주었다. 책 반납일이 마침 내 생일과 같다. 쓰거나 읽을 때는 아이슬란드적인 꿈icelandic dream이라는 재생목록을 듣는다. 글자 그대로 아이슬란드 음.. 더보기 72.08비트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주중에 일하는 것 이외에는 읽고 쓰고 쉬는 / Washed Out - Feel It All Around / 주중에 일하는 것 이외에는 읽고 쓰고 쉬는 생활만 하는데, 왜 자꾸 손톱을 물어뜯나 모르겠다. 겉으로만 여유롭고 속은 초조한건지. 하지만 초조할 이유가 없어 의문이다. 5월 초의 기말고사 이후로는 두 달 정도 반듯한 손톱을 자랑했지만, 지금은 다시 엉망이다. 습관은 유령 같은 것이다. 심지어 타자를 치는 지금도 잠깐씩 손톱을 깨문다. 내가 무심코 손을 입에 물 때마다 누가 옆에서 손등을 때려줬으면 좋겠다. 점심을 먹고 침대에 누워서 책을 읽다가, 느긋함에 기분이 좋아져서 책을 덮고 음악만 들었다. 생각을 했다. 요새 자꾸만 우주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오늘은 심지어, 천체물리를 공부했어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물론 내가 그쪽 .. 더보기 아점으로 라면을 먹었는데 아직까지 졸리다 이를 닦아도 / 파니 핑크 - 권태 그 앞에선 우리 / 아점으로 라면을 먹었는데 아직까지 졸리다. 이를 닦아도 입 안 가득한 나트륨의 느낌 때문인지. 두준이가 라면 좀 그만 먹으라고 타박을 줬다. 고등학교 이전까지는 엄마가 식사로 라면을 끓여주는 일이 매우 드물었다. 그런데 엄마 품을 떠나면서는 몸에 안 좋은 걸 알면서도 자꾸만 라면을 먹게 된다. 맛있기도 하고 편하기도 하고, 일인용 냄비에 끓여먹으면 설거지도 짧아지고. 그래도 최대한 건강하게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얼마 전 채소를 이것저것 장봐왔다. 이래뵈도, 자두 썰어 넣고 버섯 데쳐 넣은 닭가슴살 샐러드를 점심으로 싸 다니는 여자. 느즈막히 집을 나와서, 비오는 거리를 걸었다. 덕분에 훨씬 시원해진 것 같다. 주말이지만 졸리니까 커피를 한 잔 사 마시고 도서관에.. 더보기 이 주 만에 다시 실험실에 갔다 / Bedřich Smetana - Vltava / 이 주 만에 다시 실험실에 갔다. 담당 교수님이 바뀐 것 말고는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예전 교수님과는 헤이 와썹 하던 사이여서, 새로운 교수님에게 행여 말실수라도 할까 싶어 조심스럽다. 슬라이드를 챙겨서 현미경 방으로 내려갔는데 마침 현미경을 검사하고 있던 새로운 담당자가 나를 보더니 악수를 청했다. 내 예전 담당 교수님에게 내 이야기를 들었다는 말과 함께. 그러더니 자기가 곧 이 주 동안 휴가를 간다고, 비상연락처에 내 이메일 주소를 올리겠다고 했다. 딱히 할 말이 없어서 그러세요, 했다. 일을 조금 일찍 마치고 나와서 어드바이저 교수님을 만났다. 두 번째 개인 면담. 마주 보고 앉아 대학원 상담을 했다. 이 쪽 교수님들은 원래 좀 느긋하고.. 더보기 오전에는 볼일을 좀 보고 카페에 가서 점심을 / Toro y Moi - My Touch / 오전에는 볼일을 좀 보고, 카페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카페에 공부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간 건 정말 오랜만. 교수님 몇 분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뉴스를 좀 읽고, 옛날 블로그에 글을 하나 올리고 있는데 문이 열리고는 Phil이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털레털레 걸어와 내 건너편에 앉으며 목걸이 예쁘다, 하는데 눈이 퀭했다. 정오에 일어났다고 했다. 내 시험 하루 전날 걔네 집에서 파티가 있었다는데, 나 빼고 노니까 좋더냐고 농담처럼 물었다. 재미는 있었지만 알지도 못하는 고등학생들이 너무 많이 몰려와서 이상했다는 대답. 내 앞에서 하루 첫 끼를 꾸역꾸역 넘긴 Phil은 공부를 하러 자리를 옮겼고, 나는 읽던 책을 끝냈다. 집으로 돌아와 저녁으로 라면을 끓였다... 더보기 끝났다 한숨 돌린다 마음이 한결 가볍다 지금 / Imogen Heap - Wait It Out / 끝났다. 한숨 돌린다. 마음이 한결 가볍다. 지금 사실 몹시 졸리다. 낮잠을 자야하나, 한참을 고민하다 말았다. 이른 저녁을 먹고 방금 집으로 돌아왔다. 곧 다시 나가서 친구와 가볍게 한잔 한다. 이제야 좀 마음 편하게 있으려니 집구석이 너무 덥다. 그래도 손톱은 덜 깨물 것이고 손톱은 다시 자랄 것이다. 이제는 이짓도 아마도 영원히 안녕이다. 더보기 쨍쨍하게 더운 날이 계속이다 체감온도는 내 체온보다 / Olafur Arnalds - Tunglið (Moon) / 쨍쨍하게 더운 날이 계속이다. 체감온도는 내 체온보다 높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로 주변이 와글대고, 그 사람들의 살에 내 살을 맞대고 그들의 체온을 고스란히 느끼며 걸어야 하는 기분. 상상하니 징그럽다. 그런데 정말, 징그럽게 덥다. 피부가 따가워 차라리 팔이 긴 후드티를 입고 걸었다. 매 여름 그리고 매 겨울 그랬듯, 이러다 세상이 멸망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기온을 화씨로 따지면 수치가 세자리 수를 넘기는 건 일도 아니라, 아직도 섭씨가 익숙한 머리로 그 생각을 하면 사실 좀 무섭다. "현재 기온은 101도 입니다." 말만 들어도 계란처럼 삶아질 것만 같다. 점심을 먹고 더위를 피해 도서관 지하로 들어가서 두더지처럼 머물다가, 여섯 시.. 더보기 비겁한 이야기지만 난 성당에 다녀온 날이면 마음이 / 검정치마 - International Love Song / 비겁한 이야기지만, 난 성당에 다녀온 날이면 마음이 잠시 착해지는 걸 느낀다(사실 전에도 이 이야기를 쓴 것 같긴 하다). 이걸 비겁하다고 하는 이유는, 난 근본적으로 별로 착한 애가 못 되기 때문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렇게나마 잠깐 동안 조용한 마음이 되고 싶기 때문이고, 이런 "잠깐"들이 뺨을 맞대고 다닥다닥 붙어서 긴 시간 동안 조용한 마음일 수 있는 내가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비겁하고 비겁한 나로 내가 가득 차 세상이 온통 밤하늘처럼 비겁하다. 아이들이 모두 잠든, 밤과 새벽의 중간 지점. 며칠 동안 친구들의 옆에 번갈아 누워 나란히 잠을 청했고 오늘은 오랜만에 혼자 자보려고 했는데, 역시나 쉽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다. 사사.. 더보기 오늘은 작년 4월부터 일했던 실험실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 Nouvelle Vague - Bizarre Love Triangle / 오늘은 작년 4월부터 일했던 실험실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몇 주 동안, 실험 전부를 최대한 빨리 마무리해 두느라 주말 할 것 없이 거의 매일 실험실에 나갔었고, 어제는 밤 아홉 시까지 남아서 데이터 백업을 했다. 오늘도 아침 일찍부터 열심히 실험을 하고, 짐을 싸는 교수님 가족을 뒤로 하고 조금 전 실험실에서 나왔다. 헐렁해진 마음으로 도서관으로 걸어가는데, 내가 지금 실험실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무서웠다. 그래도, 실험실에서의 마지막 날이 오면 뭔가 아주 많은 생각이 교차할 것 같았는데 막상 그날이 닥치고 나니 의외로 별다른 감흥은 없고, 그냥 피곤하다는 생각 밖에 없다. 오히려 지난 주말에 랩에서 일.. 더보기 이전 1 ··· 6 7 8 9 10 11 12 ··· 1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