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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돛단배

혜빈이와 두준이가 놀다 갔다 다짐했던 대로 맛있는




/ 보드카 레인 - 그 어떤 말로도 (feat. 장윤주) /



혜빈이와 두준이가 놀다 갔다. 다짐했던 대로 맛있는 음식 많이 먹여 보낸 것 같아 뿌듯하다. 보고 싶던 얼굴들과 시간을 보내고 나니 든든한 기분이 되었고, 이 기분이 지속되길 빈다. 내일은 사람 많은 랩에서의 첫날이고, 금요일에는 퇴근 즈음 찬수가 공항에 도착할 거다. 게다가 새로운 학기를 위해 사람들이 몰려올 참이다. 올해 초에는 주위에 사람이 없으면 안 되었다가, 봄이 오자 혼자가 나쁘지 않았다가, 혼자인 것이 아주 익숙했던 이 여름 끝 무렵 주위가 북적북적하다. 즐거우면 좋은 것이다. 몇 달 전 봄방학 때 놀러 왔던 애들을 차례로 배웅할 때에는 마음이 바람 빠진 것처럼 헛헛했다. 혜빈이를 공항에 데려다 주고 온 지금은 비교적 차분한 기분이다. 곧, 다시 보고 싶을 얼굴들. 몇 달 지나고 만날 때에는 어떤 모습일지 모르겠다. 궁금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침이 마른다.

모기 물린 곳이 빨갛게 가렵다. 어떻게 된 것이, 밖에서는 아직도 매미가 운다. 지치지 않는 목숨들이 있어 부끄럽다. 여름이 좋았던 적은 없지만 더웠던 날들을 습관처럼 돌이켜보게 되는 여름의 가장자리에서는 언제나 마음이 적적하다. 간절기란 어떤 종류가 되든 원래 그런 것이다. 여느 때처럼 기분이 말랑해진다. 집으로 향하는 전철이 덜컹거려 일었던 토증이 잔류한다. 목구멍이 좁아질 때 누군가 내 가슴을 가르고 들어와 심장을 주물러주었으면 했던 순간이 여러 번 있다. 응시하는 일이 가장 쉽다는 건 틀린 말이다. 가끔은 경멸을 아끼지 않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