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ris Cab - Black and Yellow (Cover) /
또 아팠다. 그래도 수업에 갔다. 일본과 대만의 뉴웨이브를 비교했다. 수요일 스크리닝 직전 나를 보자마자 인사 대신 스티브 잡스가 죽었대, 라고 말했던 여자애는 맥북 에어를 안고 필기했다. 그걸 보는데 어지러웠다. 떠드는 입들 사이에서 기절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졸도하지 않기 위해 나도 떠들었다. 페이퍼 주제를 받고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해야할 일들이 설치류처럼 무섭게 새끼친다. 예전에는 바깥이어도 아무데서나 잘 드러누웠는데 이제는 그것도 쉽지 않다. 5시에 있는 모임 때문에 세 시간 정도 무력하게 기다리며, "누군가 나를 데려다 눕혔으면(이병률)" 했다. 아무도 오지 않았다.
집에 돌아왔고, 저녁을 먹지 않고 8시 정도에 잠이 들어 지금으로부터 한 시간 전에 일어났다. 요 근래 들어 제일 잘 잤다. 이제는 아프지 않은 것 같지만 배가 너무 고프다. 좀 더 자야하나. 하지만 배가 고프다. 인스턴트 미역국을 끓일까 고민한다. 네 시간 정도만 더 기다리면 어차피 또 수업에 가야하는데. 주말에 수업이 있으면 나처럼 비루해지는 것이다.
유태인 명절이라 Genna는 금식을 시작했다. 나는 요새 자꾸만 매운 것이 먹고싶다. 네가 했던 말 중, 아무도 믿지 말라는 말이 가장 고마웠다. 왜냐하면 네가 시선을 비껴가며, 너 또한 믿지 말라고 당부했기 때문에. 만약 네가 그 "아무도"에서 너를 제외했다면 나는 어떤 수순처럼 너를 경멸했을 것이다. 어차피 나는 너무 쉽게 마음을 주고 너무 쉽게 공감한다. (내가 나를 딱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너는 내가 눈물로 허물려 골격을 보이길 빌었겠지만 나는 더욱 가렸다. 너는 침처럼 고이는 말을 삼키고만 있다가 화가 났을 것이다. 그게 이제서야 다소,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