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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돛단배

아점으로 라면을 먹었는데 아직까지 졸리다 이를 닦아도




/ 파니 핑크 - 권태 그 앞에선 우리 /


아점으로 라면을 먹었는데 아직까지 졸리다. 이를 닦아도 입 안 가득한 나트륨의 느낌 때문인지. 두준이가 라면 좀 그만 먹으라고 타박을 줬다. 고등학교 이전까지는 엄마가 식사로 라면을 끓여주는 일이 매우 드물었다. 그런데 엄마 품을 떠나면서는 몸에 안 좋은 걸 알면서도 자꾸만 라면을 먹게 된다. 맛있기도 하고 편하기도 하고, 일인용 냄비에 끓여먹으면 설거지도 짧아지고. 그래도 최대한 건강하게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얼마 전 채소를 이것저것 장봐왔다. 이래뵈도, 자두 썰어 넣고 버섯 데쳐 넣은 닭가슴살 샐러드를 점심으로 싸 다니는 여자.


느즈막히 집을 나와서, 비오는 거리를 걸었다. 덕분에 훨씬 시원해진 것 같다. 주말이지만 졸리니까 커피를 한 잔 사 마시고 도서관에 가서 늘어지게 책을 읽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요새 자꾸 프랑스 작가들의 책을 읽게 된다. 시간이 있을 때, 많이 읽고 많이 써야지. 많이 읽기만, 혹은 쓰기만 하는 생활은 어렵지 않은데 둘 다 하려니 좀 벅차다. 내 능력 밖인 건지. 지난 이틀 정말 많이 썼는데, 읽은 건 없다. 대신 지난 주말에는 많이 읽었지만 쓴 게 없었지. 어떻게든 최대한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이런 생활도 딱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 대학은 일 년 남았다. 식은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