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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돛단배

주중에 일하는 것 이외에는 읽고 쓰고 쉬는




/ Washed Out - Feel It All Around /


주중에 일하는 것 이외에는 읽고 쓰고 쉬는 생활만 하는데, 왜 자꾸 손톱을 물어뜯나 모르겠다. 겉으로만 여유롭고 속은 초조한건지. 하지만 초조할 이유가 없어 의문이다. 5월 초의 기말고사 이후로는 두 달 정도 반듯한 손톱을 자랑했지만, 지금은 다시 엉망이다. 습관은 유령 같은 것이다. 심지어 타자를 치는 지금도 잠깐씩 손톱을 깨문다. 내가 무심코 손을 입에 물 때마다 누가 옆에서 손등을 때려줬으면 좋겠다.



점심을 먹고 침대에 누워서 책을 읽다가, 느긋함에 기분이 좋아져서 책을 덮고 음악만 들었다. 생각을 했다. 요새 자꾸만 우주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오늘은 심지어, 천체물리를 공부했어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물론 내가 그쪽 머리가 좋았어야 하겠지만. 별 보는게 그렇게 좋다던 아이가 생각났다. 가보지도 않은 우주를, 아름답다고 하던. 나에게서 김연수 책의 한 구절을 듣고는, "광년"은 거리의 단위이므로 김연수는 그 단어를 잘못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더랬다. 나는 그 책이 좋았으므로 개의치 않아했지만. 그땐 그애의 말이 투정으로 들렸고 아마도 투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나에게 딱 한 번, 말을 놓았던 적이 있다. 반말로 그애는 나에게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를 했다. 나를 두고 하는 혼잣말 같았다. 내가 그애에게 아무도 아닌 사람이어서 그런 말을 서슴없이 늘어놓을 수 있었던 거겠지. 하지만 당시의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 다음부터 우리는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행동했다. 다시 존댓말이었고, 다시는 손을 잡지 않았다. 무슨 약속이라도 한 것 같았다. 잦던 연락은 자연스레 잦아들었다. 나는 미국에 왔고 그애는 물리과에 입학했댔나. 올해 초에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한 번 만났다. 여전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살이 빠졌네요, 했다. 지금은 군대에 간 것 같다.

나는 뭐 이런 생각들을 하다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잠시 졸았다. 눈 떠보니 이십 분이 지나있었다. 옆집에서 잔디만 안 깎았으면 그대로 저녁 시간까지 잤을지도 모른다. 나른해서 금세 졸리는 요즘이다. 낮잠이 밑도 끝도 없을 것 같아서 넷북과 책을 챙겨서 카페로 갔다.

내일부터는 또 다른 한 주가 시작. 별 다른 계획은 없고, 목표가 있다면 손톱을 그만 물어뜯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