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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돛단배

쨍쨍하게 더운 날이 계속이다 체감온도는 내 체온보다




/ Olafur Arnalds - Tunglið (Moon) /

 


쨍쨍하게 더운 날이 계속이다. 체감온도는 내 체온보다 높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로 주변이 와글대고, 그 사람들의 살에 내 살을 맞대고 그들의 체온을 고스란히 느끼며 걸어야 하는 기분. 상상하니 징그럽다. 그런데 정말, 징그럽게 덥다. 피부가 따가워 차라리 팔이 긴 후드티를 입고 걸었다. 매 여름 그리고 매 겨울 그랬듯, 이러다 세상이 멸망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기온을 화씨로 따지면 수치가 세자리 수를 넘기는 건 일도 아니라, 아직도 섭씨가 익숙한 머리로 그 생각을 하면 사실 좀 무섭다. "현재 기온은 101도 입니다." 말만 들어도 계란처럼 삶아질 것만 같다.

점심을 먹고 더위를 피해 도서관 지하로 들어가서 두더지처럼 머물다가, 여섯 시 정도에 밖으로 나왔다. 책을 가득 짊어지고 걸었다. 오른쪽 어깨가 내려간 걸 깨달아, 요즘은 의식적으로 왼쪽 어깨에 가방을 맨다. 너도 내려가라, 그러면 난 중학생처럼 싱싱하게 곧은 어깨를 갖게 되겠지. 그림자가 길다고 생각하면서, 걷고 걸어 집에 왔다. 오는 길에 카페에 들러 물을 마셨는데 아이스하키 져지를 입은 애가 물컵을 나르다 말고, 더우냐고, 자기는 여름이 좋다고 했다. 나는 덥다고, 여름보다는 겨울이 좋다고 했다.

지금은 저녁 여덟 시 사십 분, 이제야 해가 저물기 시작한다. 오늘도 열대야겠다. 백야는 서른이 되기 전에 꼭 체험하기로. 칠 년도 채 남지 않았다. 인정상 만 나이로 생각해서, 팔 년 남았다. 오늘도 Olafur Arnalds는 눈물 나게 시리고 나는 아이슬란드의 공기가 궁금하고. 문법이 그렇게나 어렵다는 아이슬란드어를 언젠가는 배우고 싶고, 지난 일 년 배웠던 스페인어도 계속 배우고 싶고 언제나 그랬듯 프랑스어도 배우고 싶고 이상하게 중국어는 안 끌리고 무엇보다도 한글을 정말, 잘 쓰고 싶고 그런데 적어도 이번 주 토요일까지는 영어를 아주 잘해야 하겠고.


바라보기만 해도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