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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could've been beautiful I'm thinking. I'm thinking. I'm thinking. I'm thinking. I'm thinking. I'm thinking. I'm thinking. I'm thinking. I'm thinking. I'm thinking. I'm thinking. I'm thinking about time and space. I'm thinking about poetry and prose. I'm thinking about science and aesthetics. I'm thinking about people I know. I'm thinking about people I do not know yet. I'm thinking about people I would never be able to.. 더보기
머리를 잘랐다 어깨를 넘지 않는 길이의 머리는 / 디어 클라우드 - you're never gonna know / 머리를 잘랐다. 어깨를 넘지 않는 길이의 머리는 고3 초기 이후로 처음이고 미국에 와서 미용실에 간 것도 처음이다. 작년에 긴 머리가 너무 짜증이 나서 혼자 가위를 들고 거울 앞에 앉아서 머리를 잘랐다고 했더니, 내 머리를 만지던 미용사는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짧게 잘려서 긴장하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머리가 가벼워서 너무 좋다. 7인치 정도 잘라내고 나니, 머리카락도 사실은 무겁다는 걸 깨달았다. 미장원을 나오는데 오늘따라 날씨도 좋고 바람도 여름답지 않게 산들산들 불어와서, 난 짧아진 머리카락으로 하늘을 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실험은 어렵지는 않지만 고되다. 처음에 계획한 실험도 다 끝낼 수 있을지 의문인데 오늘.. 더보기
오늘 아침 눈 떠보니 열 시였다 일곱 / 장기하와 얼굴들 - 마냥 걷는다 / 오늘 아침 눈 떠보니 열 시였다. 일곱 시에도 어떻게 깨긴 했는데 금방 다시 잠이 들어서 이상한 꿈을 꾸고 일어나니 세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깜짝 놀라 얼른 일어나서 점심 도시락을 싸고 샤워를 하고 집을 나섰다. 원칙적으로는 오전 아홉 시 출근 오후 다섯 시 퇴근이지만, 할 일만 다 할 수 있으면 좀 늦게 출근하고 좀 늦게 퇴근해도 되어서 평소에는 열 시 정도까지 출근하고 네 시 반 정도에 실험실을 나선다. 대신 주말에 혼자 실험실 갈 때도 있고 저녁에 실험실 한 번 더 들릴 때도 있고. 아무튼 오늘은 평소보다도 좀 더 늦게 실험실에 도착했다. 네 시 반에 연구 윤리(research ethics)에 관한 세션에 가야 했어서 다섯 시간 동안 점심 십 분 먹은 거 .. 더보기
난 여름이 싫다 여름이 좋았던 적이 거의 / Bibio - Anything New / 난 여름이 싫다. 여름이 좋았던 적이 거의 없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가만히 있어도 습한 공기도 싫고 피부만 아픈 따가운 햇살도 싫고 쓸데없이 벌레 꼬이는 것도 싫고. 아까 Molly랑 Forest Park에서 하는 무료 셰익스피어 연극 공연을 보러 갔는데, 늦저녁이라 그런지 바람이 선선하게 불었지만 그것도 연극 보는 동안만.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텁텁한 공기 때문에 땀을 흘리지 않아도 피부가 찐득해지는 기분이었다. 내가 얼마 전에 포스팅을 하면서 그랬지, 이번 여름은 길 거라고. 이제야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될 참인데 나는 이 여름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 그런데 아까 공부할 때 나온 예문은 이랬다. "6월 정도에는 여름이 너무 길게.. 더보기
단어 외우는 건 귀찮다 실험에 쓸 슬라이드 / Death Cab for Cutie - Home Is A Fire / 단어 외우는 건 귀찮다. 실험에 쓸 슬라이드 만드는 것만큼 귀찮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게 가장 중요한 기초작업이라는 걸. 꾸역꾸역 하지만 최대한 즐겁게 외운다. 공짜 커피를 마시면서 다리도 건방지게 까딱까딱, 바깥 더위 피해 냉방이 되는 카페에 앉아서 단어 하나 외우고 또 외우고. 여기서 샌드위치 만드는 까무잡잡한 남자애는 눈 돌아가게 귀엽지만 걔가 주방에서 열심히 요리할 때 나오는 연기가 보이지 않게 카페를 조심조심 채우기 때문에 어느 순간에는 문득 눈이 따갑다. 저녁을 여기서 먹을까 했는데 지영 언니랑 성호랑 다른 데서 먹기로 했다. 40불 안 되는 돈을 주고 사온 책상은 아직 조립을 못 해서 집에 가면 침대에 앉아 책을 읽고.. 더보기
6월이다 즉 피할 수 없는 여름이다 방학을 / 구남과여라이팅스텔라 - 뽀뽀 / 6월이다. 즉 피할 수 없는 여름이다. 5월 마지막 날, Molly와 걔네 아버지와 야외에서 저녁을 먹다가 나만 신나게 모기에 뜯겼다. 그게 내 진짜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 Molly는 기말고사 끝나고 2주 반 정도 집에 가서 쉬고는 도자기캠프에서 보조요원으로 일하러 다시 여기로 돌아왔다. Chelsea도 학교 심리학 실험실에서 일하러 이번 달 말에 돌아온다. 그리고 6월 셋째 주에 시작하는 여름학기를 들으러 친구들이 곧 대거 돌아온다. 웰컴백, 여러분. 우리 다 함께 신나게 모기에 그리고 더위에 뜯겨봅시다. 난 어제 이사를 했다. 이제 365일 동안 내 집! 아직 정리는 덜 되었지만 일단 기쁘다. 처음에 집에 들어섰을 때는 너무 텅 비어있어서 좀 안돼 보였는데.. 더보기
그러니까 사람을 의무감으로 대처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 Adele - He Won't Go / 그러니까 사람을 의무감으로 대처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 문장은 남과의 관계에서 책임감 없어도 된다, 라는 문장과는 확실히 다르다. 물론 사람을 대할 때 어느 정도의 의무감이 섞일 수도 있겠지만 의무감만으로는 지탱할 수 없는 것이 너와 나의 관계. 애초에 의무감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또한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는 것은 어떤 시점을 지나면서부터는 머리만으로는 원활하게 유지되지 못 할 것이므로. 의무감으로만 이어진 관계에는 어느 순간 동정심이 끼어들게 되고 그 순간부터는 겉잡을 수 없어지는 것이다. 다행히도 나는 아주 대부분의 경우 마음으로 움직이지만 그래도 모두에게 그러기에는 내 그릇이 아직은 너무 작아. 내 마음이 머리보다 더 커야할텐데, 내가 정말 늘상 마.. 더보기
The Preface of <The Picture of Dorian Gray> (by Oscar Wilde) The artist is the creator of beautiful things. To reveal art and conceal the artist is art's aim. The critic is he who can translate into another manner or a new material his impression of beautiful things. The highest, as the lowest, form of criticism is a mode of autobiography. Those who find ugly meanings in beautiful things are corrupt without being charming. This is a fault. Those who find .. 더보기
지난 주에 있었던 부활절 전야 미사 때 / Phantogram - As Far As I Can See / 지난 주에 있었던 부활절 전야 미사 때 기다리던 세례를 받았는데 그때 자영이가 고맙게도 묵주 팔찌를 선물해줘서 매일 하고 다닌다. 불안해지면 십자가를 만지고 있는 버릇이 그새 생겼다. 어제 이번 학기 마지막 시험을 쳤는데 오늘부터 벌써 숨가쁘게 "읽는 기간(reading week)"이 시작됐다. 오늘 Kayak's에서 점심을 먹고 리포트를 위한 논문을 열심히 찾고 나니 그새 한나절이 꼴딱 지나있었다. 3학년일 수 있는 기간도 얼마 안 남았다. 조금만 견디면 햇살 가득한 곳으로 간다. 이번 학기에는 이상하게 참 여러 일이 일어난다. 지난 학기도 바빴고 나름 여러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번 학기는 왠지 그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오고 가는 .. 더보기
실험실에서 현미경을 쓴 날이면 손에서 항상 렌즈 / 3D FRIENDS - Lina Magic / 실험실에서 현미경을 쓴 날이면 손에서 항상 렌즈 닦는 종이 냄새가 난다. 나쁜 냄새는 아니고, 옛날 책 냄새 같기도 해서 오히려(적어도 나한테는) 좋은 냄새 쪽에 가깝긴 한데, 피곤하다. 오늘 아침 생화학 시간에 필기를 하는데 옆에서 벤이 뜬금없이, 그래서 너 대학원 갈거냐고 물었다. 어쩐지 곧바로 대답하지 못 했다. 뭐야? 수업 도중에 왜 그런 질문해, 너 지금 집중 안 하고 딴 생각하지? 그런데, 나는 무슨 생각을 하지. 무슨 생각이 많아서 이렇게 입이 무겁고 혀가 무겁지. 지난 주 금요일 오후에는 구름이 이렇게나 낮게 깔렸었다, 금방이라도 머리에 닿을 듯이. 정전기 나듯이 번개가 치길래, 우산이 없던 나는 버스정류장에서 담배를 피며 버스를 기다리던 .. 더보기
아침에 수업을 가다가 생각해봤더니 어젯밤 꿈에서 시를 / Radical Face - Welcome Home / 아침에 수업을 가다가 생각해봤더니 어젯밤 꿈에서 시를 쓴 것 같았다. 사실 꿈에서 내가 시를 직접 쓴 기억이 있는게 아니라, 일어나보니 몸에서 시가 빠져나간 듯한 느낌이 남아있었다. 정확히 설명하기는 쉽지 않은데, 진짜 "몸에서 시가 빠져나갔다"라는 말 이외에는 딱히 설명할 길을 못 찾겠는, 별 희안한 느낌. 그런데 그 느낌이 너무 생생해서인지, 이상하게 하루종일 자꾸 신경이 쓰였다. 뭔가 토해낼 때가 왔나? 이번 주 초에 생화학 시험을 보고 났더니 숨 돌릴 틈이 좀 생겨서, 이번 학기 마치고 졸업하는 사람들이랑 저녁도 먹고, 잠도 오랜만에 푹 잤다. 어제는 Ally랑 같이 정말 오랜만에 남자애들 집에 놀러갔는데, 어쩐지 이번 학기 들어서 처음 보.. 더보기
청춘09  K 오빠는 우리가 왜 낭만을 잃은 세대인가에 대해서 한참을 이야기했다. S는 우리는 사실 너무나 곱게 자라왔고 앞으로도 너무나 곱게 생활할 거라고 했다. 나는 다 맞는 말이라고 했다. 고개를 끄덕였다. 앉아서 내 낭만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지키고 싶은 것은 뭐냐고 나에게 물었다. 자꾸만 생각나는 사진이 있었다. 지난 달에 뉴스기사를 훑다가 본, 등록금 동결 시위 사진. 친구의 옛 여자친구가 삭발을 한 채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눈 안에 뭔가가 있었다. 괜히 뜨끔했다. 올해 초 그 애가 술을 따라주며 한 말이 허공을 맴돌았다. 분노하라고. 분노하면 지키고 싶은 것이 떠오르기 마련이라고. 그래서 나는 그게 경험과 비경험의 차이인가 싶다. 날 스친 것들은 한가득인데 관통하는 그.. 더보기
Personal, Political, Performative, and a Minority Report (by So-Rim Lee) The dimensions of knowing something is very shallow. Everything on surface is performative. You can jerk off in your room, or you can jerk off onstage. If you do the latter, it becomes more than just personal and political, because it involves an audience. It becomes performative. When you banter against a wall, it's yourself talking. But if you banter against another person, it becomes a facade.. 더보기
이틀 연속 블로그에 글을 쓰는 흔치 않은 / Kleerup - Until We Bleed (feat. Lykke Li) / 이틀 연속 블로그에 글을 쓰는 흔치 않은 행동을 하는 건, 아까 이른 밤에 의도치 않게 두 시간 자버려서 지금 안 자고(혹은 못 자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이랑 영상통화를 하고 난 뒤에 분명히 세탁을 하러 가려고 했는데, 10분만 누워 있어야지, 음악 크게 틀어 놓으면 잠들지는 않을 거야, 하며 침대에 누웠다가 두 시간이 꼬박 지나서야 깼다. 그것도 정연이가 방으로 돌아오는 소리에. 밥을 먹은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잠이 들어서인지 속이 쓰렸다. 벌떡 일어나서 세탁기를 돌리고 방 청소를 하고 책상 정리도 싹 했다. 그리고 지금은 스페인어 시험 공부를 한다. 아직도 속이 쓰리다. 아니면 배가 고파진 건지. 내일 아침 일.. 더보기
sketch 005 - 내가 어릴 때 죽는 걸 되게 무서워했거든. 아니, 지금도 물론 무섭긴 하지만. 그런데 사람이 죽는다는 걸 처음 알게 된 건 내가 여섯 살 때 쯤인데, 그때 내가 이집트에 관한 책을 읽었어. 거기 나와있길, 고대 이집트에서는 돈 많은 사람이 죽으면 미라로 만들어서 죽어서도 영원히 살 수 있게 했다는 거야. 그래서 엄마한테 사람이 죽는 게 뭐냐고 물어봤고, 뭔지 알고 나서는 내가 이 세상에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진짜 너무너무 무서워져서 엄마한테 나 죽으면 미라로 만들어달라고 말하고는 방으로 돌아가서 커튼 뒤에 숨어 있었어. "커튼 뒤에? 왜?" - 몰라, 그냥 너무 무서워서? 그러고 한 5분 있다가 다 까먹고 또 놀았지 뭐. 그러다가 초등학교에 가서는 그리스 로마 신화 책을 읽었는데, 그 책은 또 신.. 더보기
절대 길지 않은 봄방학이 끝나갈 무렵에 찬서 절대 길지 않은 봄방학이 끝나갈 무렵에 찬서 두준 수화, 그리고 마지막에 극적으로 버스표를 끊은 민서까지 세인트루이스에 행차해 주셨다. 맛있는 것도 많이 먹이고 좋은 것도 많이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잘 지내고 있어요. 남자애들 사진은 아직 없지만 걔네도 물론 잘 지내고 있다. 오랜만에 주변이 고등학교 동기들로 복작복작하니까 왠지 갑자기 친구 부자가 된 기분이다. 오랜만에 이런 흔치 않은 기회가 찾아왔으니 자꾸 사진도 찍어 올리고 친구 많은 것 마냥 허세허세 부린다. 더보기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로밖에 설명이 안 되는 일주일 / The Notwist - Consequences /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로밖에 설명이 안 되는 일주일 정도가 지나고 봄방학을 맞아서 아, 비로소 봄이 오는구나 했는데 지금 내리는 비가 눈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한다. 수요일 정도까지는 추적추적한 날씨겠다. 방학이라고 다들 어디로 어디로 부지런히 떠나는데 난 여기 한적한 세인트루이스에 남아서 역시나 여기에 남아있는 아이들과 밥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영화를 보고 술을 마시고 하면서 느릿느릿 시간을 보내고, 혼자 있을 때는 음악을 있는대로 크게 틀어두고 책을 읽거나 세탁을 하거나 손빨래를 하거나 방 청소를 하면서 찬서 두준 수화를 기다린다. 두준이랑 수화는 금요일 밤 언제언제 도착하겠노라고 연락이 왔는데, 목요일에 오겠다는 찬서는 기말고사 때문.. 더보기
어제 하루종일 밖에서 공부하다가 밤에 집으로 돌아왔는데 / 투명물고기 - 후 / 어제 하루종일 밖에서 공부하다가 밤에 집으로 돌아왔는데 토네이도 경보가 울렸다. 하늘에서 비가 샤워기 물처럼 쏟아져서 앞이 안 보일 지경이었고 전등이 자꾸만 깜빡깜빡 했다. 지하실로 대피해 있으라는 이메일이 왔지만 귀찮아서 애들이랑 그냥 방에서 하던 일 계속 하고 있었더니 한 시간도 안 되어서 잠잠해졌다. 더군다나 오늘은 별로 춥지도 않고 낮에는 해도 나오고, 좋기만 했다. 어제는 그 난리를 치더니 이렇게 평온할 수가. 이러다 또 잊을 때 쯤 되면 한 번 더 몰아칠지도 모른다. 이게 뭔지. 뭐하는 거야? 왜 그러는 거야? 날씨가 날 너무 헷갈리게 한다. 얼마 전부터 푸른새벽에서 기타를 치던 정상훈의 솔로 프로젝트 투명물고기 노래를 계속 듣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내가 푸른새벽을 좋.. 더보기
지난 일요일부터 계속 잠을 제대로 못 잤다가 / 파니 핑크 - 좋은 사람 / 지난 일요일부터 계속 잠을 제대로 못 잤다가 결국 어젯밤에 기절하듯 잠들었다. 어제 낮에 세미나가 끝나고 긴장이 풀렸는지 강의실을 나서면서부터, 아니 내 프레젠테이션 질의응답이 끝나는 순간부터 쭉 졸렸는데, 그 상태로 유자차를 마시고 성우랑 영화를 하나 보고, 의대 6주 실습을 마치고 일요일에 귀국하신다는 재승 선배랑 고등학교 애들 몇 모여서 쌀국수를 먹었다. 학교로 돌아가려는데 택시가 끔찍할 정도로 안 오길래 시간을 낭비하다가 겨우겨우 돌아와서는 숙제 때문에 도서관에 잠시 들렀고, 집에 돌아와서 10시 반 쯤에 제대로 씻지도 못 하고 생화학 숙제도 안 한 상태로 쓰러져서 자버렸다. 내가 부탁해서 정연이가 날 몇 번 깨우려고 했는데 난 거기에 대고 헛소리를 한게 분명하다 .. 더보기
오늘 갑자기 또 추워졌다고 코트를 꺼내 입고 / 오지은과 늑대들 - 없었으면 좋았을걸 / 오늘 갑자기 또 추워졌다고 코트를 꺼내 입고 돌아다니는 내내 손을 비비고 발을 동동거렸는데 사실 난 이런 날씨가 좋다. 이 정도로 바람 부는 날에 이 정도 기온의 하늘이 차가운 얼굴을 하고 구름 없이 해만 하나 띄우고 있으면, 그리고 그 해가 눈부시게 부서지고 있으면 그건 내가 내 영화 속에서 그토록 몰래 그리던 풍경이다. 특히 이런 날씨에 오후 다섯 시 쯤, 음악을 들으면서 학교에서 집 쪽으로 걸어가는 길은 너무 즐겁다. 하늘이 옅은 하늘색 주황색 노란색 온갖 색과 각도로 빛난다. 그림자가 길어진다. 비로소 해를 잠시나마 똑바로 쳐다볼 수 있다. 눈에 잔상이 초록색으로 파란색으로 오래도록 남는다. 눈이 부시다. 그야말로 평화다. 세포 생물학 시험이 끝났고, .. 더보기
sketch 004 "야, 내가 깨달은 게 있어. 사람은 혼자 있어서 외로운 게 아니라 누구랑 같이 못 있어서 외로운 거야." - 음. "깨달았다니까?" - 똑같은 거잖아. 말만 다르게 했네. "아냐, 달라. 누구랑 사귀거나 서로 좋아하거나 하면 오히려 더 외로움을 타는 거지. 그러기 전에는 누구랑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을 별로 안 하니까 외롭다는 느낌 자체가 애초에 없잖아? 그런데 누구랑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우리는 외로움을 느끼는 거지." - 그런가. "그리고 난 막 바쁠 땐 별로 그런 생각 안 들다가, 시간이 남으면 더 외로워지는 것 같아." - 그건 마음에 빈틈이 생기니까 거기에 그리움이 들어차서 그러는 거야. "그렇겠지." - 그런데 니 말이 맞다면, 외로움은 그리움에서 기인하는 걸까? "응." 더보기
요즘 아침마다 몸무게가 의도하지 않게 줄어있다 졸려서 / 네스티요나 - 너도 나처럼 / 요즘 아침마다 몸무게가 의도하지 않게 줄어있다 졸려서 밥맛도 별로 없고 만성 피로에 혀가 아파서 음식을 삼킬 때 마다 인상을 쓴다 낮에 실험실 가는 길에서 마주친 후배는 자기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그런데 누나 진짜 쓰러지실 것 같은 안색이네요 라고 했다 앉았다 일어서면 이상하게 자꾸만 현기증이 나고 앞이 보이지 않아서 되도록이면 서 있었고 그랬더니 등허리가 아팠다 그건 전부 혈당이 팍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정도는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오늘 아침 시험에서 혈당에 관한 것들이 잔뜩 나왔는데 난 머릿속이 배배 꼬여있었다 나도 걔처럼 시험보기 전에는 긴장 풀 겸 영화를 보는 여유가 마음에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난 그렇게는 되지 않을거다 아니 그렇게 못 될거다 절대로.. 더보기
몸이 바쁘면 마음도 바빠지고 자연스레 잡념이 사라져서 / Totally Enormous Extinct Dinosaur - Garden / 몸이 바쁘면 마음도 바빠지고 자연스레 잡념이 사라져서, 혹은 기억이 안 나서,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좀 편하다. 몇 시간 동안 숙제를 하고 논문을 읽고 교수님과 이야기를 하고 실험실에 나가고 괜히 계속 왔다갔다 바쁘게, 바쁘게. 여유가 정말로 마음 먹는대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그 반대의 상황도 가능할거다. 나에게 먼지가 쌓일 만한 빈틈이 없도록 채우고 싶다. 가득가득. 일부러 더 바쁘게 살자. 그래, 난 생각이 너무 많다. 마음에 빈틈이 생기면 사념이 하나둘씩 각질처럼 올라온다. 난 참 많은 경우를 상상하려고 한다. 그 상상을 누르자니 머릿속이 자꾸만 와글거린다. 그래도 몸이 바쁘면 그 왁자지껄한 소리가 좀 묻힌다. 해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