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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에서 베이비시팅에 전념없던 지난 2주 별 준비도 강원도에서 베이비시팅(?)에 전념없던 지난 2주. 별 준비도 없이 나는 그냥 그렇게 무방비 상태에서 2010년과 맞닥뜨렸고, 정신차려 보니 "2"를 두 개씩 단 나이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제 열흘 정도 지난 2010년 동안 뭘 했나 돌이켜보니, 열심히 놀았고 열심히 돈을 벌었고 내가 사는 곳이 북극인가 싶을 정도로 엄청난 눈을 보았고. 아, 그리고 뭔가 새해랍시고 선배/후배/친구들과 술을 여러 번 마셨던 것 같다. 이걸로 당분간 술은 끝. 집으로 내려오는 버스 안에서 세 시간을 내리 자고 어젯밤에도 열두 시간을 자고 나서 내가 이 정도로까지 피곤했었나를 생각해보니, 돌이켜보면 지난 2주 동안 놀기도 놀았지만 그만큼 일도 많았던 것 같다, 블로그에 글을 "쓴다"는 생각은 전혀 못 했을 정도로. (어, .. 더보기
청춘08 누군가가 - 사회가, 권력이, 타인이 - 우리들이 자유로울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는 부분을 이런 저런 이유들과 제약으로 묶어버린 뒤, 사실 이것들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니 힘들더라도 그냥 너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살아내어라, 하고 체념을 권유하는 일은 매우 빈번하다. 거기에서 우리가 그 구속을 비로소 납득하고 정말 포기하는 순간, 우리는 곧바로 한풀 꺾인 마음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리고 연쇄 작용처럼 자연스럽게, 약간은 초라한, "어쩔 수 없는 사람"이 된다, 언제부터 자신이 그렇게 되었는지 기억해내지 못 한 채. 낯선 모습이 아니다. 내가 그런 사람일 수도 있고, 주위를 둘러보아도 그런 사람들이 분명 열 손가락은 넘게 존재할 것이다. 그런 "어쩔 수 없는 사람(들)"이 되어버린 것이 비단 나쁜 것만은.. 더보기
겨우 이십 대 초반으로써 이런 말을 해서는 겨우 이십 대 초반으로써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벌써부터 노화(?)가 온몸으로 느껴질 때가 있는데, 보통 학교에서 그런 기분이 드는 건 더 이상 밤을 새는 것, 그리고 밤을 새고 나서의 회복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걸 매번 새롭게 깨달을 때이다. 그런데 방학을 한 지금 또 다시 그런 "늙은 기분"이 드는 건, 시차적응이 힘들어졌다는 걸 깨달아서인가... 아, 슬프다. 나는 원래 하룻밤만 푹 자고 일어나면 시차적응이 완벽하게 되어서 항상 내 생체시계에 감사하며 정상적인 수면 시간을 지켜나갔거늘 지금은 밤 아홉 시 밖에 안 됐는데 벌써 졸리다. 찬서한테 열 시 넘어서 전화 오기로 했는데 벌써 너무 졸려.... 세인트루이스 - 시애틀 - 인천 - 부산의 경로로 어젯밤 .. 더보기
결국 이번 학기 마지막 날이 왔다 조금 결국 이번 학기 마지막 날이 왔다. 조금 전에 난 언어학 마지막 시험을 보고 물리 실험 리포트를 쓰고 있다. 결국 이번 학기가 이렇게 끝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오묘한게 좀 그렇다. 아무래도 연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오늘 날씨처럼 약간은 쳐져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지난 주 생물 시험 몇 시간 전 애들이랑 같이 위스퍼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벤이 자꾸만 약간 얼 빠진 목소리로, 기분도 안 좋고 공부도 못 하겠고 너무 힘이 빠지고 빨리 집에 가버리고 싶다고 꿍얼거렸다. 나는 연말이라서 그래, 연말이면 항상 길었던 레이스의 막바지니까 남은 힘이 얼마 없어서 왠지 능률도 안 오르는 것 같고 기분도 괜히 울적하고 그럴 수 있어, 라고 했고 벤은 맞는 말인 것 같다("니 말이 진짜 솔직하구나.")라는 말만 자꾸 .. 더보기
어제 드디어 세인트루이스에 첫눈이 왔다 날씨 좋은 어제 드디어 세인트루이스에 첫눈이 왔다. 날씨 좋은 캘리에서 겨울 모르고 사는 예라가 이 말을 듣고는 로맨틱했겠군! 이라고 했지만 로맨틱은 무슨, 첫눈이 내리던 순간의 나는 생물 마지막 중간고사를 치고 나서 현민이, 에릭이랑 늦은 저녁을 먹은 뒤 기숙사로 터벅터벅 걸어가며 갑자기 왜 이렇게 춥냐고 소리지르고 있었을 뿐이고. 에릭이 맨날 에스키모 같다고 놀리는 내 옷은 보이는 것 만큼은 따뜻하지 않아 나는 오들오들 떨며 방으로 돌아왔다. Chelsea 말을 듣고 누워서 뒹굴거리며 푹 쉬..지는 못 했고 짐을 챙겨 다시 도서관으로 심리학 시험 공부를 하러 갔다. 오랜만에 새벽 내내 카페에서 공부했는데 왜 그렇게 사람들이 다들 어깨에 힘 팍 주고 공부하고 있던건지. 이 놈의 학교 사람들은 어째서 절대로 군기가.. 더보기
청춘07 어제 겨우 첫 끼니를 때운 늦저녁에조차 살짝 토증이 일었던 건 단순히 내가 낮에 세인트루이스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멀미를 했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찬 밤공기는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요 며칠 시카고가 비정상적으로 추웠기 때문보다는 세인트루이스가 어제 낮 비정상적으로 더웠기 때문인지. 추우면 기분이 좋다고 말했을 때(하지만 시릴 때는 기분이 좋지 않아) 누군가가 나더러 그것보다는 날이 추울 때 목도리랑 코트에 꽁꽁 싸여 있는 게 좋다고 하는게 더 맞을 것 같은데, 라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새벽에는 오랜만에 무서울 정도로 가위에 두 번 정도 눌렸다. 경험상 가위에 눌렸을 때는 잠을 완전히 깬 다음에 다시 자야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괜히 억지로 일어나 가만히 앉아 있다가,.. 더보기
No joke I couldn't sleep more than No joke, I couldn't sleep more than four hours a day last hell week. With three exams on three consecutive days, as well as the usual quizzes, labs, and p-sets, there was no other way than sacrificing my sleep. It was torture for the person like me who loves to sleep. Feeling like a corpse, I promised myself that I would remain completely brainless at least till Sunday after the exam, giving mys.. 더보기
청춘06 "시간을 보내라면 우리 방 애들이랑 더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공감은 너랑 더 잘 가." 별 뜻 없었을지도 모르는 그 말에 위안받았다고 말하면 조금 우스울 것 같긴 하지만, 늦었던 그 시간에 왠지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생각했던 건 내가 몇 년 전에 다른 사람에게서 비슷한 걸 느꼈기 때문인지, 아니면 비로소 나와 그 애 사이의 소통이 더욱 견고해졌기 때문인지. 그 애는 대체 나에게서 무엇을 보았기 때문에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가끔씩 솟던 의심을 단숨에 불식시키는 말이었던건지. 그러고 보니 지난 달이었나, 그 애랑 저녁을 먹고 돌아오던 날. 시간이 많이 지났음에도 트라우마가 커서 아직까지도 상기하기 힘든 이야기를 꺼냈다. 혀가 굳는 것 같아 힘을 들여 말해야 하는 그런 이야기. 딱.. 더보기
그동안 왠지 도서관에 가면 몸도 그렇지만 정신적으로 그동안 왠지 도서관에 가면 몸도 그렇지만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해서 그냥 기숙사 방이나 우리 건물 부엌에서 공부했는데, 너무 나태해질까봐 무서워서 - 이번 주에 시험도 있고 해서 - 간만에 도서관에 다시 제대로 나가기 시작했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건 여전하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후훗. 다만 중간에 너무 등허리가 쑤셔서 당장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오기로 꾹 참았다. 중간에 두준이와 오랜만에 통화를 했는데 내가 근래에 한 전화통화 중에서 가장 박진감 넘쳤고 정신도 어이도 없었고 그런데 재미는 있었고 매우 극적이었고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었고 말이 안 되면서 수다스러웠다. 내가 시험공부를 하러 가야해서 뭔가 급하고 아쉽게 끊기는 했지만 왠지 탄력받아 나머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조금 전에 집으로.. 더보기
스왓의 빡빡한 시험들을 견뎌내고 가을방학을 맞아 놀러 스왓의 빡빡한 시험들을 견뎌내고 가을방학을 맞아 놀러 온 해인이와, 창완이의 말에 따르면 "쿼터 학교 다니면서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주말을 틈타 놀러 온 수화와 함께 한 며칠은 정말 후딱 지나가 버렸다. 수화를 일요일 오후 버스에 태워 보내고 돌아오는 전차 안에서도 뭔지 모를 허함에 나랑 해인이는 별 말 없이 가만 앉아 있었는데 오늘 아침 수업 때문에 해인이를 공항까지 데려다 주지도 못 하고 쉬는 시간에 조심해서 잘 가라고 잠깐 전화를 했을 때는 마음이 더 먹먹해져 버렸다. 나랑 수화만 있으면 싸우기 때문에 해인이가 필요하고 해인이랑 수화만 있어도 싸우기 때문에 내가 필요하고 나랑 해인이만 있으면 수화랑 셋이서 있을 때보단 덜 재미있고. 이래서 우리 세 명은 항상 같이 있어야 하나보다. 영민이까지 세.. 더보기
바쁘고 힘든데 즐겁고 기쁘다 한층 긍정적인 마음으로 바쁘고 힘든데 즐겁고 기쁘다. 한층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고 있다 -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유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어제 물리 수업이 시작하기 몇 분 전에, 내 뒤에 앉은 신입생들이 전날 있었던 화학 시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한 아이가 꽤 분노에 찬 목소리로 "It was the worst two hours in my life - ever."라고 힘주어 말했고 내 옆에 앉아 있던 (화학을 면제받은) 애가 약간 코웃음을 치면서 쟤네 오바하는 거 봐, 라고 했지만 나중에 들어보니 화학 시험 평균은 작년 내가 봤던 시험 평균보다 20점 넘게나 낮은 31점이라고 했다. 글쎄. 교수님들이 이번에 문제를 만드실 때 평소보다 조금 더 힘 좀 주신 모양이다. 어쨌거나 welcome to WashU. 그래도 커브.. 더보기
이번 준플레이오프 롯데가 이긴건 겨우 1차전 밖에 이번 준플레이오프, 롯데가 이긴건 겨우 1차전 밖에 없긴 했지만 사람들이랑 다 함께 롯데 응원하면서 네이버 실시간 서비스로나마 경기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솔직히 4강 가는 것도 처음에는 바라지도 못 했는데, 막판 들어 발휘한 근성에 운이 더해져 만들어진 4강이기 때문에 결과는 비록 부진했어도 롯데에게 고맙다. 1년 동안 재밌었다. 비록 김민성은 선발로 뛰지 못 했지만 기회는 다음에도 분명 있을 것이고, 박기혁이 대신 너무 잘해줬고, 조정훈이 많이 발전해서 너무 기쁘다. (정훈아, 지난 시즌 첫 깜짝 선발로 나와서 LG를 상대로 완봉승 하던 경기를 라디오로 듣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제는 니가 진짜 롯데 차세대 에이스다, 벌써. 타자들이 알면서도 못 친다는 니 포크볼이 너무 자랑스럽다. 니 유니폼 .. 더보기
몇 시간 전에는 내가 앉은 자리에서 몇 시간 전에는 내가 앉은 자리에서 창문 넘어로 달이 보였는데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달도 움직인다는 걸 나는 이럴 때나 겨우 자각한다. 당연하지 않지만 내가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얼마나 많을지, 무섭다. 요새는 밤이 되면 날씨나 온도가 환상적으로 변한다.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다 - 굳이 따지자면 약간 추운 편에 들겠는데 추운 정도가 내 마음에 딱 든다. 어젯밤에 있었던 AXE Lock-in에 갔는데 처음에는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아서 나도 자리를 비우고 윗층에서 춤 연습을 하고 있던 성우랑 시덥잖은 얘기를 하면서 놀다가,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영화를 보던 나중에는 피곤해져서 몰래 일찍 나왔다. 기숙사로 곧장 돌아가려고 했는데 밤공기 때문에 허파가 깨끗해지는 것 같아서 좀 더 밖에 있고 싶은 마음.. 더보기
시간이 어떻게 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하루하루 시간이 어떻게 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하루하루 잘 살아가고 있기는 한데 나는 이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건지, 그냥 흐르게 마냥 두는 건 아닌지. 나의 마지막 자발적인 기억은 어디에서 멈췄는지. 지난 주? 내 생일 때? 지난 여름이던가? 아니면 지난 늦봄에 한국에 있을 때? 유럽에 갔을 때? 고3 때? 어느샌가 1학기 첫 시험 세 개가 끝났고 롯데는 4강에 안착했고 KISS-KSA 추석 이벤트가 다가오고 있고 예라도 미국에 왔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오늘 시험 끝나고 전화하려고 했는데 사물놀이 관련 일 때문에 전화를 못 했다. 내일 해야지. 비록 내가 내 삶을 완벽하게 인지하지 못 하며 살아가고 있긴 해도 삶에 만족은 하며 살아가고 있다. 일단, 기숙사 싱글을 쓴다는 게 이렇게 좋은 건지 예전에는 .. 더보기
나는 얼마나 건강하게 살고 있는 걸까 어제 나는 얼마나 건강하게 살고 있는 걸까? 어제 늦저녁에는 비가 올 것처럼 후덥지근하던 길을 걸었다. 수업 갈 때 핸드폰을 들고 가지 않은 탓에 늦게 확인한 부재중 통화가 찍혀 있었고 다시 전화를 걸어 통화 연결이 된 순간 하늘에서 번개가 잇달아 번쩍였다. "엉망인 방에 폭탄이 떨어진 것 같아," 라는 말을 들었을 때 영화처럼 하늘이 잘은 천둥소리로 낮게 끓었다. 나는 자꾸만 "뭐? 왜?" 라며 되묻기만 했고 그 애가 "훼손"이라는 단어를 담담하게 발음할 때 나는 그 애가 정말로 훼손된 것 같아 마음이 아팠(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그 애도 어느 정도의 홍역을 치른 거겠지 - 하지만 "어느 정도"라는 수식어를 간단히 붙이기에는 그 애가 감당할 시간이 너무 무겁다. 그건 그 누구도 나누어 짊어질 수 없는 시간.. 더보기
72.04비트 "그러니까, 어떤 거냐면... 이런 비유를 들면 좀 맞을까. 하얀 캔버스를 봤는데 너무 예뻐서, 마음에 들어서 사기는 샀는데 막상 집에 캔버스를 들고 와서 그림을 그리려고 하니까 연필을 댈 수 없는 기분인거야. 여차해서 연필선 하나만 잘못 그려도 캔버스를 다 망쳐버릴 것 같아서 시작하기도 싫은거지. 정말 우유부단하고 겁쟁이 같지만, 그런 기분이야." "걱정이 많구나." 모든 일에서 완벽할 필요는 딱히 없다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그러진 못 했다. 아침 일찍 간 카페는 내가 모르던 아침의 활기가 넘쳤고 주위에서 아침을 먹는 사람들은 너무 느긋해 보였다. 대체 뭐라고 말해줘야 하지, 라고 생각하면서 다리를 바꿔 꼬았다. 주위에서 커피 냄새가 진동을 했고 나는 계속 생각을 했다. 생각만 했다. "그래서 걔는, .. 더보기
가장 솔직한 노래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이렇다할 일도 없는데 눅눅한 기분이 든다고 괜히 이렇다할 일도 없는데, 눅눅한 기분이 든다고 괜히 혜빈이에게 말해버렸던 나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 언니네 이발관 노래를 계속 틀어놔서일까? 어젯밤 그 언젠가의 가열찬 마음과 비슷한 기분으로 플래너 상단에 "가열차게"라고 적긴 했고, 오늘은 수업 첫날답게 캠퍼스는 평소보다 곱절로 활기가 넘쳤고 날씨도 더울 정도로 좋았는데, 다만 모든게 다소 정신없이 지나갔다 - 언제는 뭐 안 그랬던 것 마냥. 그래도 수업들은 그럭저럭 괜찮으니까 만족했다고 해두자. (아니, 지금은 만족하고 말고를 논할 때가 아닐지도 몰라.) 여름학기 들었던 애들이 대부분 동의했던 말이기는 하지만, 뭔가 방학 끝 수업 시작!의 기분이라기보다는 학교의 연장이라는 기분이 든다. 이번 여름을 통해 얻은 것이 무엇이 있나 손꼽아보기도 민망하.. 더보기
어쩌다가 한 시간 정도 나게 된 쉬는 어쩌다가 한 시간 정도 나게 된 쉬는 시간. 피곤하기도 해서 잠깐 낮잠을 자는게 가장 경제적이었겠지만 그냥 빈둥거려버렸다, 그랬더니 어느새 나가기 20분 전이 되어버렸네. 좀 귀찮더라도 방이라도 치울 걸, 싶다. 그러고보니 방 정리가 어느새 태산같은 일이 되어버렸다. 막막하다. 큰일이군! 조금 있으면 다시 나가봐야 하니까, 오늘 밤에라도 어떻게든 꼭 치우고 자야 마음이 편할거야. 학교 뒤에 있는, 먹자골목 정도 되는 Loop에 가면 Tivoli라는 아주 오래된 영화관이 있다. 스크린도 작고 표도 9달러로 싼 편이 아니고 상영하는 영화도 몇 개 되지 않지만, 걸어갈 수 있을 만큼 학교에서 제일 가까운 영화관이기도 하고 다른 영화관에서는 상영하지 않는 영화들을 많이 걸기 때문에 가볼 만한 곳이다. 지금은 가.. 더보기
오늘 랩을 하다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오늘 랩을 하다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reflux(가 한글로 뭐지?)하고 있던 용액이 왠지 끓어넘친 바람에 (말이 끓어넘쳤다지, 나는 뭔가 폭발이라도 한 줄 알았다.) 내 후드는 온통 갈색 가루투성이여서 치우기도 애매한 그런 상태였지만 이상하게도 그다지 기분이 나쁘지 않았던 건 끓이고 있던 cinnamaldehyde 때문에 후드가 기분 좋은 계피 냄새로 가득해서였을까. 나는 그 놈의 %yield 때문에 TA한테 가서 이러이러한 일이 일어났으니 다시 reflux하면 안 되냐고 고집을 부렸지만 TA는 또 걔대로 용액 한 90%는 멀쩡히 있는데 왜 다시 하고 싶어하냐고 고집을 피웠고. 옆반 TA까지 놀러와서 우리가 한참 설전을 벌이고 있을 때 같은 랩 애들도 내 후드 주변에 서서는 계피 냄새 풀풀 나는 .. 더보기
상대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솔직히 상대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솔직히 내 얄팍한 화학 실력 가지고 정규 학기 때 유기화학을 들었으면 이것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을 것이 뻔하니까. 내 십대 마지막의 여름을 (나는 내 나이를 만으로 생각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어리니까 훗) 이런 식으로 보낸다는 것에, 그리고 실력도 없는 교수에게 몇천 달러나 투자하며 공부를 한다는 사실에 며칠 간 울화통이 치밀었을 뿐이다. 요즘 생활에서 공부가 물론 참 많은 시간을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부만 24시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들이랑 놀기도 놀고 영화도 보러 갔고 - Up이랑 The Hangover랑 해리포터 봤다, 이것 봐 나름대로 볼 것들 다 챙겨보고 있잖아? - 삶을 연명하기 위해 장도 보러가고 (이건 즐거운 게 아닌가.... 더보기
72.03비트 나는 내가 사랑스럽지 못한 애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내가 쌓아놓는 자기 방어 기제는 그 누구의 것보다도 더 견고할지도 모르지만 이걸 자랑스럽게 여기지는 못하겠다. 과연 이게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나도 모르겠다. 바라고도 바랄 수 없다는 것은 결국 크나큰 상실감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이미 오래 전 몸으로 학습해서 숙지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내 마음을 항상 낮게 둔다, 그러다보니 그것이 그냥 몸에 배였다. 눈을 맞추지 못하는 것도 내가 널 싫어하거나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야. 가끔은 나도 이런 내가 몹시 떫다. 하지만 나라도 나를 살아내지 못한다면 그 누구도 못 하(게 되)리라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업보다. 점심을 먹고 공부하려고 도서관에 왔는데 이래저래 자꾸만 딴 생각.. 더보기
내가 요즘 하루 중에서 가장 사랑하는 순간은 내가 요즘 하루 중에서 가장 사랑하는 순간은, 올고 수업 끝나고 친구들이랑 같이 DUC에 모여서 밥 먹을 때도 아니고, 밤 늦게 공부하다가 집에 가려고 버스 탈 때도 아니고, 엄마아빠나 친구들이랑 전화할 때도 아니고, 예진이랑 주말에 짬을 내서 침대에 엎드려 유투브로 찬유 찾아볼 때도 아니고.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킨즈를 제외한 드라마를 챙겨보고 있다, 엄마 미안 하하) 언제 가장 행복하고 기분이 좋냐면, 올고 랩 끝나고 혼자 음악 들으면서 산책길을 쭉 걸어 집으로 갈 때. 귓가에서 음악이 쿵쿵거리고 쏟아지는 초록색을 쳐다보면서 혼자 걷는 그 길이 너무 좋다. 랩 내내 신경을 곤두세워서 몸은 좀 피곤하고 덥기도 더워서 사실 그닥 유쾌한 기분이 아니어야 맞지만, 여유가 내 가슴에 스미는 기분이 너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