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을 취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말 것. 당연한 사실을 자꾸 잊어서 굳이 어디에 써놓아야 한다.


원래 집 냉장고에 주기적으로 사다 채워놓는 음료는 탄산수, 우유, 맥주, 와인, 이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나름 길었던 자취 기간 동안 집에 자발적으로 쥬스를 사다놓은 적은 거의 없었는데 1) 술을 많이 마신 다음 날 아침에 잠옷 바람으로 집 근처 데니즈에 가면 커피와 함께 오렌지 쥬스 한 잔을 시켜 마시던 내가 2) 그 데니즈가 얼마 전 알 수 없는 이유로 문을 닫는 바람에 3) 언젠가 숙취에 오렌지 쥬스를 고파할 것이 걱정이 되어, 지난 달 장을 볼 때 오렌지 쥬스 한 통 큰 걸 사다 냉장고에 넣어뒀다. 그렇지만 그 이후로 집에서 숙취를 느낄 정도로 술을 마실 일이 없어서 쥬스 뚜껑도 뜯지 않고 있다가, 며칠 전부터 알러지 때문인지 감기 때문인지 자꾸 목이 간지럽고 콧물이 나 예방 차원(이미 늦었나?)에서 한 잔 따라 마셨다. 오렌지 쥬스는 펄프가 많고, 얼음은 없어도 되지만 아주 차가워야 한다.


종류를 바꿔가며 자꾸만 차가운 음료를 마신다. 조는 알아서 차가운 커피를 사다주고, 나는 페리에에서 라크로이로 브랜드만 갈아탄 채 매일 탄산수 한두 캔을 까먹고, 지금은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수박 히비스커스 콤부차를 마시고 있다. 하지랍시고, 하늘은 마치 굉장한 승리라도 한 듯 사방에 열기를 뿌리고 나는 눈도 뜨기 힘들 정도로 숨이 턱턱 막히는 한낮의 주차장을 가로 지르다가, 그래도 이게 가장 긴 한낮이라면 다른 날들은 견딜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한다. 그런 생각이라도 하지 않으면 버티는 게 갑절은 힘들어진다.


어젯밤에는 한 토막 남은 연어를 야채와 함께 약한 불 위에 올려두고, 신경질적인 불안의 전염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떤 거리감이 가져다 줄지도 모르는 안정감을 막연하게 기대하다가도 생각해봐, 그게 과연 가능하긴 할까?라는 물음에 나는 또렷하게 대답하는 대신 그렇지만 언제까지?라고 물을 수 밖에 없었고. 결국에는 내 역치가, 이번에도 보란듯이, 평균보다 높았던 것으로 이야기를 억지도 마무리지으며, 하지만 나는 그 어떤 것도 강요받기 싫다고... 내 의도가 불순한 건 미안하지도 않다. 남의 온전하고 독립적인 행복을 기도해주는 것만으론 부족해? 빈 접시를 옆으로 밀어두고 괜히 복잡하게 살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다가도


누군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하늘이 더욱 채도 높게 푸르러지는 기분에 집중하기에도 나는 내 시간이 너무 아깝고, 나는 나의 매 순간을 곡선으로 그러쥐되 여기 너머를 한없이 직선으로 바라보고 있고, 이게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숨 쉬듯 살아갈 작정이다. 도무지, 그런 식으로, 그러니까, 제발.



+ unknown mortal orchestra - so good at being in trou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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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hloed 트랙백 0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