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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존재

청춘06


"시간을 보내라면 우리 방 애들이랑 더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공감은 너랑 더 잘 가."

별 뜻 없었을지도 모르는 그 말에 위안받았다고 말하면 조금 우스울 것 같긴 하지만, 늦었던 그 시간에 왠지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생각했던 건 내가 몇 년 전에 다른 사람에게서 비슷한 걸 느꼈기 때문인지, 아니면 비로소 나와 그 애 사이의 소통이 더욱 견고해졌기 때문인지. 그 애는 대체 나에게서 무엇을 보았기 때문에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가끔씩 솟던 의심을 단숨에 불식시키는 말이었던건지.

그러고 보니 지난 달이었나, 그 애랑 저녁을 먹고 돌아오던 날. 시간이 많이 지났음에도 트라우마가 커서 아직까지도 상기하기 힘든 이야기를 꺼냈다. 혀가 굳는 것 같아 힘을 들여 말해야 하는 그런 이야기. 딱히 할 타이밍은 아니었지만, 그 때가 아니면 영원히 하지 못 할 것 같았다. 절반은 충동적으로 한 그 이야기를 듣고는 그 애가 노을이 지고 있던 하늘을 배경으로 하고서 별 말 없이 내 등을 몇 번 토닥여 주었을 때, 그건 그 어떤 천 마디 말보다도 더 큰 위로였어. 나는 그 애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 하면서도 생각했다. 마음을 열어줘서 고맙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었구나, 하고.

나는 여전히 너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즐겁고, 이제는 너에게 내 이야기도 곧잘 한다. 난 부초 같던 내 마음을 어느 정도 내려놓은 걸까? 내가 열려있던 만큼 너도 이제는 열린거니? 아니면 네가 열려있음을 내가 이제야 안 거니? 아니면 너 덕분에 내가 열린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