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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존재

청춘07


어제 겨우 첫 끼니를 때운 늦저녁에조차 살짝 토증이 일었던 건 단순히 내가 낮에 세인트루이스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멀미를 했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찬 밤공기는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요 며칠 시카고가 비정상적으로 추웠기 때문보다는 세인트루이스가 어제 낮 비정상적으로 더웠기 때문인지. 추우면 기분이 좋다고 말했을 때(하지만 시릴 때는 기분이 좋지 않아) 누군가가 나더러 그것보다는 날이 추울 때 목도리랑 코트에 꽁꽁 싸여 있는 게 좋다고 하는게 더 맞을 것 같은데, 라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새벽에는 오랜만에 무서울 정도로 가위에 두 번 정도 눌렸다. 경험상 가위에 눌렸을 때는 잠을 완전히 깬 다음에 다시 자야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괜히
억지로 일어나 가만히 앉아 있다가, 무서워서였는지 어째서였는지 받지 않을 걸 알면서도 잠결에 친구한테 전화를 했다. 역시 그 시간에 전화를 받을리 없었고, 나는 그러다가 다시 잠들었나보다. 고등학교 몇 학년 때였는지는 모르겠는데 가위에 꽤 자주 눌리던 기간이 있었다. 무섭기는 한데 잠은 1분이라도 자야겠고, 그래서 그때는 기분이 나쁘고 몸이 불편하면서도 다시 꿋꿋하게 잠들었던 것 같다.

음, 많은 것이 바뀌었다. 혹은 많은 것이 예전으로 돌아갔다.

사실 난 요새 다시 (손톱을 깨문다, 가끔 종야등을 켜 두고 잔다,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연말증후군이 올까 봐 걱정이다, GLPS 신청을 한 걸 후회한다, 방정리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 고등학생이 된 기분이 든다, 내가 다른 길을 택했으면 어땠을지를 상상한다, 여러 가지를 언짢아 한다, 많은 것이 무섭다).

저 괄호 안의 모든 것에 동그라미를 쳐도 무방하다. 어떻게 된 건지 나는 발전을 멈춘지 오래다. 지금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가장 극명한 변화는 사랑니가 나고 있다는 정도다. 고여 있으면 썩는다는 말을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다. 어렸을 때 물이 썩는다는 걸 몰랐던 것처럼 나는 이제야 그 말을 완전히 이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