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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존재

청춘02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빗질 빗질을 했다. 상한 머리카락이 신경질적으로 빗에 걸렸고 결국은 요란하게 부서져 무릎 위로 떨어졌다. 머리카락 조각을 하나하나 주워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관찰했다. 갈색 먼지 같았다. 나는 내 머리색이 매우 검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한 시간 동안 너를 이야기하다가 목이 쉬었다. 목이 메이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대신 이야기 도중 몇 번 기침을 했다). 고맙게도, 몇 번이고 동요하기까지 하며 너에 대한 이야기를 경청한 K는 자기는 절대로 ( )지 못 할 것 같다고 했다.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네가 그렇게 대단한/아름다운/아픈/일생에 다시는 오지 못 할 기억인가? 나는 너를 얼마나 미화했을까? 얼마나 수정했을까? 얼마나 가장했을까? 넌 정말 내가 기억하는 그.. 더보기
빛이 8광년만큼의 거리를 달리고 나면 관계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에, 팔 년은 그리 짧지도 길지도 않은 적당한 시간.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꽤 오래 왕래가 없던 서로에게 같은 날 여덟 시간의 텀을 두고 연락을 취하고. 나는 잊지 않고 연락해 주어서 고맙다고 하고 그 애는 자기 이름을 기억해주어서 고맙다고 하고. 시간을 두고 천천히 식사를 하면서 근황을 이야기하고. 서로에게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보고 공유했던 여러 순간들을 기억해내고. 시덥잖은 이야기로도 몇 시간이고 웃고 떠들고 그 사이사이에 가끔 있는 침묵이 전혀 불편하지 않고. 그 애는 왠지 무엇인가 너무 우습다면서 계속 웃고 나는 뭐가 그렇게 웃기냐면서 따라 웃고. 그 애는 겨울인데도 햇빛이 강해서 따뜻하다고 했고 나는 꼭 그래서라기보단 그냥 마음이 따뜻했고. 내가 스물 일곱이 되면.. 더보기
청춘01 사람들을 사귀고 알아갈 때에 고려해야하는 사항이 너무 많고 복잡해 골치아픈 우리네의 삶에서, 너와 나의 관계가 서로에 대한 신뢰와 기대 그리고 희망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은 나름대로 굉장한 위안이 된다. 그래서 나는 네가 "적어도 너는-"이라고 운을 띄웠을 때 추웠던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 집단의 사람들이 모두 이 모양 이 꼴이라고 하더라도 적어도 너는, 너만큼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일조량이 적은 겨울이라 멜라토닌 수치가 바닥을 쳐서 우울해 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음에도 불구하고 분명 웃으면서 헤어졌는데, 집으로 가는 길에 문자가 왔다. "나는 어린게 아니라 약한거야." 나는, 어리지 않아. 나는, 약해. 어리다기보다는 약하다는 것. 네 선택은 너의 결점을 미성숙(未成熟)으로 정의하기보다는 차.. 더보기
72.00비트 전화기 너머 L은 웃으며 "너무 오랫동안 마음이 허했잖아."라고 말했다. 그 울림이 새삼 나에게 닿았다. 나는, "그랬나?"하고 되물으면서 따라 웃었던 것 같다. 목소리는 조금 떨렸지만 나는 긍정도 부정도 하고 싶지 않았다. 피곤은 채 가시지 않은 상태였고 내가 주문한 저녁은 그날 따라 조리가 늦었다. 지루하게 기다리던 나는 문득 넌 이 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을지를 상상하려고 했다. 자고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보고 싶다고 생각하지는 않기로 했다. 넌 자고 있을테니까. 곧 음식이 나왔고 나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참 기계적인 식사를 했다. 내가 앉아 있고 네가 서 있을 때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너의 손으로 갔다. 손 마디가 정직하게 빨간 것이 추워 보였지만 너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나는 네 손에 신.. 더보기
it was almost like a melody and that's why I liked the way you pronounced "___" it floated in the air, quite resonant IT VIBRATED and the gravity on those three simple syllables was so lyrical that it even made me wanna dance along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