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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존재

빗질



빗질을 했다. 상한 머리카락이 신경질적으로 빗에 걸렸고 결국은 요란하게 부서져 무릎 위로 떨어졌다. 머리카락 조각을 하나하나 주워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관찰했다. 갈색 먼지 같았다. 나는 내 머리색이 매우 검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한 시간 동안 너를 이야기하다가 목이 쉬었다. 목이 메이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대신 이야기 도중 몇 번 기침을 했다). 고맙게도, 몇 번이고 동요하기까지 하며 너에 대한 이야기를 경청한 K는 자기는 절대로 (      )지 못 할 것 같다고 했다.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네가 그렇게 대단한/아름다운/아픈/일생에 다시는 오지 못 할 기억인가?

나는 너를 얼마나 미화했을까? 얼마나 수정했을까? 얼마나 가장했을까? 넌 정말 내가 기억하는 그대로 아름다웠나? 나는 정말 있는 그대로만 말했을까? 가끔은 색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너는 이미 그렇게나 헝클어진 거야?

그래도 오늘처럼, 앞으로도 이따금 널 곱게 빗어 놓아야지. 엉켜있지 않도록.

그러니 내게서 부서져 나가지만 말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