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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s this new body, what am i supposed to feel," 지금 읽고 있는 소설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었기 때문에 나는 이 글을 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남자인 소설가가 여자의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다. 중간중간에: "When people are contented and have nothing to do, emotion spreads like a malignant tumor." "It is impossible for ordinary people to tell a thoroughgoing lie. Deception always gives itself away. ... Pure truth, on the other hand, is thoroughly destructive and leads nowhere." "He went through life as if.. 더보기
"when you scan the radio, i hope this song will guide you home," 저녁을 먹고 자리를 옮겨 술을 마시고 밖으로 나와 차를 기다리는데 바람이 사나웠다. 꼭, 공기가 한국 같아. 그러네, 길에 사람 없는 것만 빼면. 사실 우리가 한국에서 함께 밥 먹었던 건 딱 한 번 뿐인데. 먼 이야기는 반드시 멀고 멀게 돌고 돌아서만 나에게로 온다. 나와 이야기 사이에 엉망으로 구겨져있는 시간을 본다. 바라보는 대신 구경하는 내가 때로는 끔찍하고. 구기면 구길수록 거리가 좁아지는 길바닥이야말로 곧 기억이고 이를테면 추억이네요. 감정의 부재(不在)를 질책당한 이후 집으로 돌아가면서 생각했다. 감정이 생각을 앞설 수 있을까. 생각하지 않으려면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지. 그런데 그 방법이 너무 제한적이다. 뛰고 있거나, 자고 있거나, 술을 마시고 있거나. 어제는 퇴근길에 손바닥만한 스케치북과.. 더보기
"you get what you want, when you just want what you get," 어떤 장소에서 '살았다'는 것의 기준은 무엇인지. 그 장소에서 보낸 기간의 길이와 밀도, 두 가지의 조화로운 충족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잠깐의 여행이나 방문만으로도 그곳에 '살았다'고, 그곳이 '집'이었다고 숨쉬듯 말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궁금하면서도 부럽다. 일시적인 행위의 단기적인 집합만으로도 어느 장소에 살았음이 성립하는 경우도 있구나, 싶어서. 당신들의 기준은 뭐야? 그런 비현실적인 애정은 어떻게 생기지? 김기덕 감독의 영화 의 여자애는 말갛게 웃으면서 잠깐 같이 있어도 같이 사는 거잖아, 라고 말한다. 정말? 물론 나도, 내가 머물렀던 모든 곳에 개별적인 애착을 가지고 있다. 내가 하룻밤이라도 잤던 모든 곳은 저마다 조금씩 나의 시간을 그러쥐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 모든 곳이 그립다... 더보기
"excuse me, is my rant taking too long," 오늘의 어떤 이 분 남짓은 정말 영화 같았다. 끔찍했고, 그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음이 더 끔찍했다. 그런데, 영화 같다는 건 뭐지? 모서리를 만지면서 한참 생각했다. 나를 살고 있는 나를, 나의 바깥에서 내가 관람하게 될 때, 인가?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그 경로는 정말 영화 같았다. 그래서 생각이 자꾸 돌고 돌았다. 내가 나에게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면서 걱정을 했다. 여러 사람에게 주지 받은, 과학에서의 절대 금기는 과장과 허풍overstate. 그런데 난 인생을 과장한다. 물론 생활을 과장하지 않을 순 있어, 생활은 인생의 부분이니까. 그렇지만 결국 생활은 인생이 될 순 없는 거구나. 별 수 없네. 오늘부터 월급이 정상화되었다. 퇴근길에 엄마에게 전화로 자랑을 하자 엄마는 얼마니? 하고 .. 더보기
연초에 하는 이런저런 연말 결산 (2012) 역시나 늦은 "2012년 뒤돌아보기"이다. 작년에는 문화생활(?) 결산만 했는데 이번에는 범위를 좀 더 넓혀본다. 2012년의 행적: 돌이켜보면 아주 매우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뭔가 기념비적인 일 세 가지만 거론한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2012년의 졸업:→ 단과대 졸업식과 공식 졸업식 이틀에 걸쳐 찍은 수백 장의 사진들을 다 올릴 수 없으므로 간단히 추리자면 2012년의 취직:→ 일하는 사진을 누가 와서 찍어주는 것이 아니므로 퇴근 후 내 방에서 사원증을 들고 찍은 셀카를 올리자면 2012년의 원서:→ 이 정신없던 과정을 공들여 사진 찍어두지는 않았으므로 Arrested Development의 짤을 빌리자면 아 물론 2012년의 이사도 있지만 지금 몇 년째 매년 이사하고 있으므로 추가 설명은 생략합니다... 더보기
sketch 007 "What's your plan for today?""Not die.""And?""Continue to exist." 더보기
"until morning breaks, we're sunk in sleep," 내가 가만히 봤던 고요는 이런 것들이야: 그런데 요 며칠, 아침에 눈을 뜨면 이런 광경을 못 본다. 꼴에 겨울이라고 하늘이 잔뜩 흐려서 아침마다 머리가 무겁다. 누가 건드리면 펑펑펑 눈을 쏟을 것 같은 하늘인데 어쩐지 눈은 딱 한 번 밖에 오지 않았고. 일주일 전 쯤, 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면서 뉴스를 보니 박근혜의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되어 있었고 나는 놀라지 않았고 대문을 닫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 친구는 쩍쩍 하품을 하면서 차에 시동을 걸었고 나는, 전에 내가 말했던 그 여자 대선 후보 있잖아, 지금 개표 거의 다 끝나간다는데 그 사람이 대통령 될 거 같아, 했다. 친구는 아이팟으로 노래를 고르면서, 그래? 섹시해Is she hot? 물었다. 내가 주저하며 웃자 친구도 웃으며 차를 몰다가 당선.. 더보기
"한 그리움이 여길 지납니다, 이곳은 갑자기 수축하고 그 길 따라 휘어진 걸요," It is hard to put certain things into words, so please forgive flaws in this rant and general ineffability of the subject matter. Like someone said, if each individual is actually a universe experiencing its own colorful subjectivity, then I do not have any reason not to appreciate your iridescent surface as I would appreciate my very own. I get pretty easily impressed anyways, especially by som.. 더보기
"i have to celebrate you baby, i have to praise you like i should," 내가 나에게 몰입하는 만큼 당신(들)도 당신(들)에게 몰입해줬으면 좋겠다. 한국에는 폭설이 왔다는데 여기는 아직도 너무 포근하다. 지난 주말 이후로 조금씩 추워질 거라더니 거짓말이었던 건지. 오늘은 퇴근하면서 땀이 나길래 코트를 벗어 손에 들고 걸었다. 오히려 아침보다 더 따뜻해진 느낌이었다. 대학에 오기 이전의 세월 대부분을 아열대 지방에서 보낸 친구는 추위를 많이 타기 때문에 이런 가을 같은 날씨에 반색하다가도, 안 추워서 좋긴 한데 그런데 좀 이상하긴 하네... 운전을 하면서 말끝을 흐렸다. 이상하다고? 응, 12월인데 왜 이렇게 따뜻하지? 전에 말했잖아, 지구 멸망한다니까. 마야력 말하는 거지, 언제였지 그게? 글쎄, 21일인가. 음. 엇, 그러고 보니까 그날 너 한국 가는 날 아니야? 응. 이런.. 더보기
"i wonder if i'm allowed ever to see," Uta Barth의 사진을 처음 봤던 건 작년 여름. 그때 나는 상황에 지쳐서 모든 걸 팽개치고 시카고로 갔다.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조금씩 울다 말다 했다. 한밤중에 버스에서 내렸는데 6월인데도 끔찍하게 추웠다. 그 다음 날도 추웠다. 수화랑 잠바주스를 마시면서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미술관에 들어갔는데 마침 Uta Barth의 사진전이 진행 중이었다. 사진들이 빛으로 너무 투명해서 생경했는데 수화는 사진들이 별로였는지 뭐냐 이게, 나가자, 했다. 그렇지만 나는 내가 영화를 찍으면 오프닝 시퀀스는 이렇게 해야지,라고 몇 년 전에 생각했던 장면들과 똑같은 사진들이 있어서 몰래 놀랐다. 그 주말 이후 세인트루이스로 돌아왔고 날은 더웠다. 어떨 땐 학교 미대 도서관에 들어가 이방인처럼 두리번거리다가 Uta B.. 더보기
"where do you live, love is a place, where are you from," 기다리던 휴일이어도 시기가 시기인지라 글을 쓰고 남에게 내 글을 꾸역꾸역 읽히느라 정신이 없다. 쉬지 않는 건 아니지만 쉬고 있으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같은 글을 계속 읽으니 어지럽기도 하다. 너 이 글 막 썼냐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그냥 (당연하게도) 짜증만 났는데 왜 이렇게 절제했냐고, 고민하는 모습이 읽혔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오히려 울컥했다. 자칫하다가는 침대에 엎드려 있던 그 상태 그대로 흑흑댈 수도 있었어, 물론 그러지는 않았지, 그렇게 나약하지는 않으니까. 그렇지만 나는 가끔 나에게로 지나치게 수렴한다. 그리고 나는 가끔 초라하게 단단한 나의 수렴을 너무 쉽게 발각당한다. 좋은 것들만 타인에게 발굴당하면 좋을 텐데. 당신들이 내게서 찾아낸 것이 고작 오랜 시간을 통과한 내 수렴 따위라서, .. 더보기
"i floated in those words, i don't even know why i feel what i feel," 나를 타이르는 말들을 경건하게 새겨 듣고 며칠을 죄책감 없이 쉬었다. 잠을 억지로 많이 자서 머리가 아팠다. 그래도 왠지 내가 이불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 나는 자다가도 웃었다. 당장의 게으름은 좋다. 부인할 수 없다. 아무런 해악 없이 뒹굴거리는 것들은 얼마나 평화로운지. 금요일에 이어 토요일에도 날이 반짝 더워져서 잠깐 땀을 흘리다가 친구의 차를 타고 공원에 갔다. 언덕에 누워서 사람들이 연 날리는 걸 구경하니 기분이 좋았다. 왠지 모르지만 한국에서는 4월을 과학의 달이라고 하면서 이런 저런 행사를 했거든, 그래서 초등학생 때 같은 반 친구들은 모형 비행기 대회 같은 거에 참가하고 그랬어. 너도 그런 대회 나갔어? 아니, 난 그런 거 잘 못 했으니까, 연도 못 날렸는 걸. 그런데 오늘은 늦은 낮부터 비.. 더보기
"we tried to be invisible, it only made us miserable," 요새는 아침마다 팔자 좋게 친구의 차를 타고 출근한다. 나처럼 의대에서 일하는 대학 동기 한 명이 나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데, 일하는 건물이 의대 근처 전철역에서 멀어서 출근하다가 열불이 나버린 그 애가 얼마 전 드디어 중고차를 산 것. 이 주 전 쯤 늦잠을 자버려서 전철역까지 갈 시간이 없길래 나보다 살짝 늦게 출근하는 그 애에게 전화를 걸어 차를 얻어탔는데 그게 생각보다 너무 편하길래, 그 이후로는 별 일 없으면 그 애와 같이 출근한다. 저녁 샤워를 하는 친구는 항상 출근 이삼십 분 전에 일어나 부스스한 모습으로 차에 시동을 걸고, 사거리에서 행인이나 다른 차가 갑자기 뛰어들면 욕도 격하게 해가며 7분 남짓 차를 몰다가 내가 일하는 건물 근처에 도착하면 나를 내려주고 유턴을 해서 자기 건물로 향한다... 더보기
"you play my only tune, like you always do, and it keeps my feet upon the ground," 퇴근 전차에서 내 옆에 앉은 한 노인은 검은색 노트북 가방 위에 낡은 피아노 악보를 펴두고 손가락으로 가상의 피아노 건반 누르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나는 오랜만에 퇴근이 빨라 기분이 살짝 좋은 상태였고, 두툼한 자주색 스웨터 소매 아래로 나온 주름진 손이 소리 없이 허공을 누르는 걸 보면서 그게 그날 본 광경 중 제일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도, 자꾸만 악보를 훔쳐보게 되었다. 전차에서 내릴 때 그와 눈이 마주쳤다. 지상으로 나오자 해가 여태 지지 않아 날이 아직도 밝았다. 땅을 보고 걷고 있었는데 누가 앞을 가로막길래 놀라서 고개를 들었더니 친구의 애인이었다. 멀리서 나를 보고 놀래켜주려고 나무 뒤에 숨어 있었는데 내가 도통 앞을 쳐다볼 생각을 하지 않길래 김이 샜다고 하면서.. 더보기
"it takes a lot of courage to go out there and radiate your essence," 일주일 내내 어쩐지 계속 피곤에 쩔어 있었지만 기계처럼 삐걱대며 항상 움직이고 있었다. 지칠 때까지 나를 내몰고 가장자리의 나를 구경하는 꼴이었다. 퇴근이 약간 늦어질 것 같다고 문자를 보내자, 친구는 영화 상영시간에 늦겠다며 매운 걸 잘 먹냐고 묻더니("참, 너 한국인이지. 괜한 걸 물었네.") 내가 도착할 시간에 맞춰 그린 커리와 호이신 소스가 들어간 볶음면을 사두었다. 배가 고팠던 나는 허겁지겁 음식을 먹었다. 오랜만에 먹는 학교 밥이 맛있다고 생각했다. 여기에서 몇 년을 살며 처음 가본 영화관 로비에는 표를 파는 할아버지의 앞을 못 보는 늙은 개가 앉아 있었고 화장실에는 박하사탕이며 카라멜 등이 잔뜩 쌓여있었다. 나와 친구는 팝콘과 사탕을 먹으며 를 봤다. 영화가 끝나자 기분이 무거워졌는데 영화 .. 더보기
"we're safe, we're cloaked in modern hearts," 이번 주에 친구들의 생일과 각종 행사가 몰려있어서 정신없이 밖으로 나다녔더니 피로는 곧잘 쏟아지듯 찾아왔고, 나는 자고 있을 때 제일 행복했지만 그건 자고 일어난 직후의 욱신거리는 기분이 별로였기 때문이었고 또한 잠들어 있을 때에는 잠에 빠지는 단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었다. Chelsea 집에는 아주 부드러운 붉은 천이 깔린 거대한 바구니 모양의 의자가 있는데 그 안에 웬만한 크기의 사람이 들어가면 폭 잠기게 되어서 Chelsea는 그걸 자궁womb이라고 부른다. 금요일 밤 즈음에는 정말 패배한 것처럼 피곤해져서, 사람들이 너도 나도 떠드는 사이 나는 '자궁' 안에 누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알바를 갔다가 뒤늦게 Chelsea 집에 온 친구가 거의 잠들기 직전의 나를 보더니 옆에 좀.. 더보기
"i'm perfectly able to hold my own hands, but i still can't kiss my own neck," 오늘 퇴근 전철을 타러 가다가 애들과 저녁으로 보스니아 음식을 먹으러 가자는 친구의 연락을 받았다. 어제 영화 보러 놀러 오라는 것, 그저께 함께 맥주 마시자는 것, 그리고 지난 주에 작은 공연을 보러 오라는 것을 각각 선약이 있고 시간이 안 맞고 귀찮다는 이유로 거절했던 전례가 있어서, 게다가 보스니아 음식은 어떤 건지 궁금하기도 했고 해서 이번 제안은 거절하지 않았다. 대신 너무 피곤해서 친구가 나를 데리러 올 때까지 침대에 누워서 시트콤을 봤다. 도시의 동남쪽으로 한참 차를 몰고 갔더니 사실 보스니아 음식 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 음식도 함께 파는 휑뎅그렁한 식당 하나가 나왔다. 요즘 날도 덥지 않은데 에어컨을 굳이 지나치게 틀어둔 식당이었다. 본요리도 맛있었지만 전채로 나온 체바피가 아주 맛있었다... 더보기
"tell me about your purple past story, will your story make me feel sorry," 전철문에 기대서 책을 읽다가, 오늘도 은행에 못 간 게 기억났다. 수중에 쿼터가 네 개 밖에 없었다. 귀가해보니 우편함에는 USPS 쪽지가 들어 있었고 대문에는 UPS 쪽지가 붙어 있었다. 하나는 내가 주문한 책 같은데 다른 하나는 뭔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USPS 쪽지에는 우편물 번호가 적혀있지 않아서 우체국에 소포를 찾으러 가야 하겠고, UPS 쪽지에는 집이 비어 있을 내일 낮 2시와 5시 사이에 배달을 한 번 더 감행하겠다는 말이 있길래 배달 시간을 조절하려고 알아봤더니 그러고 싶으면 5달러를 내라고 한다. 왜 너네들 마음대로만... 짜증이 났다. 더군다나 세탁물 바구니가 넘치기 직전이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현민이가 마침 오늘 은행에 다녀왔다며 내 10달러짜리 지폐를 그만큼의 쿼터로 바꿔줬다.. 더보기
"could you pray for us, we know he loves you the best," 원래는 엄마 아빠께 보여 드리려고 방 사진을 찍었는데 여기에도 올린다. 오늘이 노동절이라 좀 길게 쉬어서 방 청소를 오래 하고 게을러서 석 달 동안 붙히지 않았던 사진들도 꺼내 문과 벽에 붙였다. 그런데 역시 게을러서 그 사진들을 전부 붙이지는 못하고 절반 정도만 띄엄띄엄 붙였다. 방문 바깥쪽에 붙힌 건 아주 예전에 산 아주 큰 엽서, 문을 열면 책상과 의자와 서랍과 책꽂이와 러그와 아직 못 비운 쓰레기통이 보이고, 내가 방에서의 생활을 팔 할 정도 해결하는 침대, 그 옆에는 옷과 각종 의약품을 담은 서랍장, 천장에 등이 없어 방의 주요한 광원인 스탠드와 대학 다닐 때 썼던 각종 교과서와 자료들을 꽂은 책꽂이, 붙박이장, 이게 전부다. 큰 방은 아니지만 작은 방도 아니어서 아늑하다. 책꽂이 위에는 평소 .. 더보기
"you blow your smoke in my face, that means you want me," 다들 뭔가를 규명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나는 그런 집단적인 강박이 초라하게 예뻐 보여서 눈물이 났다. 해가 지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Purity Ring이 무대에 오르길 기다리면서 펌킨 에일을 마셨다. 옆에서 내가 사준 IPA를 마시고 있던 친구가 사람들의 웅성거림을 뚫고 나를 향해, 생각해봤는데, 너랑은 그냥 같이 시간 보내기 참 쉬워easy to chill with, 라고 소리쳤다. 며칠 전 나는 그 친구가 사용한 똑같은 문구로 그 친구를 남에게 설명한 적이 있었다. 그 생각이 들자 직면한 상황이 신기해져서 나는 싱글벙글 웃고 있는 친구를 새삼 쳐다봤다. 그건 우리가 생일이 비슷하기 때문이야, 그러면 성격도 비슷하거든. 그런 게 어딨어, 또 무슨 한국 미신이야? 아니면 네가 지어낸 거야?.. 더보기
"tell me, where would i go, tell me, what led you on, i'd love to know," 로레인을 따라 처음으로 핫 요가를 하고 나와(나는 내 몸에서 물이 그렇게 많이 나올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파네라에 가서 늦은 저녁으로 샐러드를 주문했다. 서서 음식을 기다리며 어떤 대화를 나누던 도중 로레인은 '모른 척'이라는 말의 뉘앙스가 시적poetic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단순히 무시ignore하는 게 아니라 알지 못함을 가정한다pretend not to know는 것이 아니냐면서. '보고 싶다'라는 말도 풍미가 더 깊다고 했다. 나는 로레인에게, 그 말이 단순히 그리움I miss you에 그치는 게 아니라 나는 너의 형태를 보기를 소원한다I desire to see your figure로 들리기 때문이냐고 물었다. 로레인은 그런 것 같다고 대답하며, 나에게 한국어가 영어보다 더 시적이지 않.. 더보기
"i love you, i love, rainbow, all the music is the rainbow," 방금까지 뭔가를 굉장히 많이 썼다가 다, 지웠다. 그 많은 단어들을 나열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뭐였는지를 생각해보니 그냥 다 지워버릴 수 밖에 없었다. 예진이가 보내준 책 중 가 있었다. 언젠가 예진이는 여러 번 읽어 색이 바랜 그 책을 나한테 보여주면서, 고등학생 때 이 책은 내 바이블이었어,라고 그랬었는데. 그랬던 책을 내가 받아도 되나 싶어 황송했다. 몇 주 전 친구의 친구가 책 을 추천해줘서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재미도 없고 영 정도 가지 않아서 내일 퇴근길에 도서관에 들러 책을 반납할 생각이다. 책을 여러 권 동시에 읽는, 그러다가 어떤 책은 결국 끝내지 못하는 안 좋은 버릇이 있어서 고치려고 노력했는데 또 이런 일이 생긴다. 나는 근본부터 너무 정신사납다. 오늘은 늦게 .. 더보기
"picture your body, hearing your voice, fall into your eyes," 지난 주말에는 원래 애들이랑 호숫가에 놀러 가서 낚시도 하고 물가에서 낮잠도 자고 고기도 구워 먹으려고 했는데 갑작스런 차편 문제로 모든 계획이 취소되어서 나는 다소 쓸쓸해했다. 친구가 나를 슬픔에서 구제해 다운타운에 있는 맥주 양조장에 나를 데려가줘서 덕분에 음악을 들으며 이른 저녁으로 홍합을 먹고 맥주를 마셨다(친구가 두 번째 맥주를 받아오며, 이런 말 하는 것 참 이상하고 나도 이제야 깨달았는데 이 장소에 동양인이 너 뿐이야,라고 했다. 친구가 그 말을 하고 나서야 나는 문득 나의 다름을 느끼고 주변을 둘러봤고). 이상하게 날씨가 너무 좋은 주말이었다. 늦은 오후부터는 심지어 선선하기까지 했다. 더더욱 물가에 갔어야 했던 날씨였다. 친구와 나는 후식으로 프로즌 커스터드까지 먹고 공원으로 향했다. 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