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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돛단배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창문이 덜컹거리는 것을 침대에




/ Washed Out - You And I /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창문이 덜컹거리는 것을, 침대에 누워서 한참 보고 듣다가 일어났다. 침대가 너무 넓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전기장판 때문에 나는 끝도 없이 누워있고만 싶었다. 누웠을 때, 내 시야에 제한적으로 걸쳐지는 것들이 좋다. 가령, 아래와 같다.


아침을 먹고 유자차를 마셨다. 집에 음식이 너무 많다. 학교에 갔더니 자동문이 있는 건물 로비는 낙엽으로 흥건했다(라는 용법이 옳지는 않지만 이외에 딱히 설명할 길이 없다). 오전 수업 하나, 오후 수업 하나를 듣고 교수님을 만났다. 아들이 작년에 우리 학교를 졸업하고 지금은 일하고 있다니, 우리 아버지와 연배가 비슷하지 않을까 상상해봤다. 하지만 우리 아빠는 백발은 아닌데. 마주 앉아 오래 이야기를 나눴다. 마지막에는 일어나면서 감사합니다, 라고 했다. 교수님이 금요일에 보자고 말을 했을 때 나는, 나도 당신처럼 되고 싶어요, 라고 말하지 못했다.

걱정 하나가 꺼지면 또 다른 걱정 하나가 켜진다. 몸은 별로 힘들지 않지만 마음이 힘들다. 모든 합과 차가 수평에 이른다. 
열역학 제1법칙, 에너지의 보존. 다시 말하지만 모든 것은 물리적이고, 그럴 수 밖에 없다. (이 문장들을 읽고 있다면 수화야, 그러므로, 이것이, 우리가 전에 나눈 삶과 시와 물리와 노래의 이야기가 아닌가 해.) 이제는 모르겠다는 말도 식상하고, 나는 잠이 모자란 것도 아닌데 일주일 정도 잠만 자고 싶다. 거기에는 간단한 조건이 둘 있다. 세상도 나와 함께 잠들 것. 그러나 누구든 단 한 명은 집단 수면에서 살아남아 잠든 나를 쓰다듬어 줄 것.

저녁으로 라면을 끓여 먹고 학교로 돌아가 메이드 인 홍콩香港製造
을 봤다. 영화가 끝나고 강의실에 불이 들어오자, 강사님이 목도리에 파묻힌 목소리로 말했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영화를 보고 있기 힘드네요. 하지만 중경삼림重慶森林을 제외하면 이번 학기에 본 영화 모두에서는 사람들이 약속한 것처럼 죽어나가거나, 죽는 것에 가깝게 되어갔다(구멍洞). 오늘은 강사님이 모친상을 당하고 삼 주 만에 학교로 돌아온 날이었다.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