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00비트 전화기 너머 L은 웃으며 "너무 오랫동안 마음이 허했잖아."라고 말했다. 그 울림이 새삼 나에게 닿았다. 나는, "그랬나?"하고 되물으면서 따라 웃었던 것 같다. 목소리는 조금 떨렸지만 나는 긍정도 부정도 하고 싶지 않았다. 피곤은 채 가시지 않은 상태였고 내가 주문한 저녁은 그날 따라 조리가 늦었다. 지루하게 기다리던 나는 문득 넌 이 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을지를 상상하려고 했다. 자고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보고 싶다고 생각하지는 않기로 했다. 넌 자고 있을테니까. 곧 음식이 나왔고 나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참 기계적인 식사를 했다. 내가 앉아 있고 네가 서 있을 때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너의 손으로 갔다. 손 마디가 정직하게 빨간 것이 추워 보였지만 너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나는 네 손에 신.. 더보기 이전 1 ··· 349 350 351 352 353 354 355 ··· 36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