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성인成人의 동공을 믿으며 재작년 쯤 만났던 사람에게서 갑자기 연락이 왔다. 사실 작년에도 연락이 한 번 왔었고 그땐 그걸 무시했는데 이번에는 하루 정도 있다가 너도 잘 지내니, 했다. 팔 개월을 배만 탔다고 한다. 이제야 육지인 것이 실감이 나네, 뭐 그런 소설 같은 말을 상대방은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나는 몇 년 전 남해의 가족 공동묘에 수국을 들고 갔다가 바다에서 파도를 만난 뒤 실종되었다는 조상의 묘비를 본 기억과 제주에 사는 친척동생이 누나 저 대학은 육지에서 다니려고요, 했던 기억이 범벅이 되어 그래, 육지로 잘 돌아왔어. 역시나 똑같이 소설 같은 말을 한다. 가끔 어떤 말들은 내가 뱉고도 내가 뱉은 말이 아닌 것 같다. 누군가 내 안에서 입 벙긋대면 나는 그 입술을 따라 읽고, 그저 따라 읽은 것 뿐인데 그 입술과 지.. 더보기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 36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