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시들기 전에 서둘러 침대를 데우고 마저 누우면 일요일 밤마다 리와 전화를 한다. 자주 문자 주고 받으며 지내는 버릇은 둘 다 없기 때문에 조금은 의식적으로 만든 일정이다. 지지난 주에는 운전을 하면서, 지난 주에는 공항을 빠져 나오면서 전화를 했고 그제는 집 거실 소파에 누워서 전화를 했다. 나는 월마트에서 막 돌아온 참이어서 발 아래에 비닐봉투 여러 개를 아무렇게나 던져둔 채였다. 그럼 둘이 언제 같이 살 거야? 당연하다는 듯 리가 물었고 나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행복한 건 알겠다고, 그리고 그게 잘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런 나에게 리는 행복을 분석하거나 이해하려 들지 말라고 행복은 그냥 행복이라고, 행복은 행복 그대로 끌어 안으면 된다고 말해주었다. 그건 나를 잘 알고서 하는 말이었다. 열흘 전 모교가 있는 도시에 갔을 때에도 .. 더보기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36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