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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돛단배

어제 오전 처음으로 눈이 쌓일 정도로 내렸다


어제 오전 처음으로 눈이 쌓일 정도로 내렸다. 첫 수업 가기 전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자기 책상에서 씨리얼을 먹고 있던 Kristen이 문득, 눈이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블라인드를 걷어 보니 싸래기 같은 눈이 내리고 있었고 세상이 꽤 하얗게 변해 있었다. 여기는 12월이 되어서야 눈다운 눈이 내리는구나. BD에서 아침을 먹고 화학 수업을 들으러 가는 도중, 눈 내린 캠퍼스를 사진기로 열심히 찍는 애를 봤다. 하지만 나는 오늘 저녁까지 화학 시험으로 몹시 바빴으므로 애석하지만 사진은 없다.

화학 시험은 정말이지 매번 "SO INTENSE!"라고 저절로 외쳐질 정도로 순탄하지 않다. 운동팀이 별로 강하지 않고 학생들 중 pre-med가 많은 우리 학교에는 "농구 경기 보러 체육관 가는 아이들보다 화학 시험 보러 가는 학생들이 더 많다"(...)라는 매우 끔찍한 농담이 나올 정도로 화학을 듣는 아이들이 많다.(몰랐는데, 써 놓고 보니까 진짜 끔찍하게 보인다. 내가 지금 듣는 General Chemistry에는 수강생이 대략 600명이 넘는 것 같다. 12명인 우리 Writing 1 반에서는 나 포함 딱 절반이 화학을 듣고 있다. 그 정도로 많다.


어휴, 화학. 마지막 시험을 겨우겨우 치고 나니 2주 후에 또 기말고사다. 이번 학기에 배운 것, 처음부터 공부 다시 할 생각하니 눈 앞이 깜깜하네.

시험을 치고 나서, 언제나처럼 허공에 대고 F word를 메들리 수준으로 외쳐대며 화학 시험과 화학 교수와 자기 자신을 저주하는 에릭이랑 같이 BD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BD에는 생각대로 화학 시험을 치고 그제서야 밥을 먹는(우리 같은) 아이들로 바글바글했다. 화학 시험을 치고 나서 먹는 늦은 저녁으로는 역시 스테이크가 제격. 한 시간 반 동안 시험지에 혼을 쏟아 붓고 왔더니 너무 허기가 져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열심히 먹기만 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내일 Writing 1 수업에 파이널 페이퍼 draft를 가져가야 해서 예전에 써 놨던 걸 좀 더 고쳐보려고 노트북을 들고 Dardick(예원이 사는 기숙사) 세미나실로 왔다. 그런데 화학 시험 친 긴장이 한꺼번에 풀려서인지 지금까지 음악만 듣고 포스팅만 해서, 아직 별 진전이 없네. 이제부터 가열차게 쓴다. 참고로 에세이를 쓸 때에는 양방언이나 DJ Okawari의 음악처럼 instrumental을 들으면 아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