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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돛단배

어제 선정 언니 집에서 놀다가 밤늦게 기숙사로


어제 선정 언니 집에서 놀다가 밤늦게 기숙사로 돌아왔다. 자기 전에 환율이나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네이버에 들어갔다가 잠이 확 달아나게 하는 헤드라인을 봤다. "FA 홍성흔, 롯데와 계약" 뭐 대충 이런.

잠깐, 진짜로?

처음에는 잘못 본 건 줄 알았다. 놀라서 클릭했는데 진짜더라고? 전에 농담삼아 홍성흔이 롯데 왔으면 좋겠다고 몇 번 말한 적이 있는데 정말 이렇게 되리라고는? 그 예의 하나로, 얼마 전 이진영이 LG와 계약했다는 기사가 떴을 때 나는 모 삼성팬과 MSN으로 다음과 같은 대화를 했다:


(다은/Chloe) jamais vu said:
아 우리도 누구 잡지 심심한데

[우진] LG ㅎㄷㄷ said:
홍성흔 삼성 와라
이제 홍성흔만 남았군
하긴 델구 와봤자 벤치겠네 (<- 이런 오만한...)

(다은/Chloe) jamais vu said:
롯데로 컴온

[우진] LG ㅎㄷㄷ said:
ㅇㅇ 오버하는 모양새가 꼴데랑 어울린다


위의 삼성팬은 저 때는 빈정댔지만, 장원삼도 여차저차 떠나보낸 이 시점에서("이렇게 된 바에야 충격으로 장원삼 내년 3승 9패 해라. 꺼져 장원삼!") 아마 속이 좀 쓰리지 않을까 싶다, 그래봤자 프랜차이즈 스타를 내보낸 두산팬들의 마음과는 비교도 못 하겠지만. 네이버 댓글보면 두산팬들이 홍성흔을 보낸 충격에 구단을 원망하며 거의 피를 토하고 있던데 좀 마음이 안 좋더라. 입장을 바꿔서, 손민한이 타 구단에 가는 일이 벌어졌다면 나도 울었을지도 모른다. 전에 손민한이 롯데랑 협상 결렬되어서 타 구단과 접촉하기 시작했다는 뉴스 기사만 보고도 기절할 뻔 했는데.

이로써 롯데 타선은 확실히 불이 붙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본다. 조성환-홍성흔-이대호-가르시아-강민호로 타선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면 막강하지 않나. 생각만 해도 신난다. 보강해야 할 부분은 마무리 투수 자리인데, 기대를 좀 걸었던 코르테스도 돌려 보냈으니 약간 걱정되기는 한다. 마무리 투수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타선이 폭발하면 얼마나 좋을까.

아, 그리고 롯데 팬들이 벌써 홍성흔 응원가를 만들었더라. 대단해.

이제 보상선수 문제가 남았다. 마음 같아서는 임경완(...)을 보내고 싶은데 두산이 불펜 쪽은 별로 필요로 하지 않을 것 같다.(솔직히 임경완이 새가슴인 점만 빼면 그렇게 나쁜 선수는 아니다, 구위도 괜찮고. 다만 강민호와는 최악의 조합을 이루어낼 뿐.) 나승현이나 최대성 같은 유망주를 보낸다고 생각해도 두산 가서 포텐셜이 너무 터질까 싶어 겁이 난다. 개중에는 홍성흔이 강민호 백업을 보면 되니까 최기문을 보내는 게, 다시 말해 보호선수에서 제외하는 게 낫지 않냐고 하는데 그건 좀 위험한 선택일 듯 싶다.

내 생각에는 두산이 정보명을 데려가는게 롯데에게는 출혈이 그나마 덜 할 것 같다. 지금 이 상황에서 정보명은 너무 애매하다. 계륵이다. 현재 롯데 외야진을 생각했을 때 가르시아, 이인구, 손광민, 김주찬, 이승화 사이에서 홍성흔이 자리를 얻기는 아무래도 힘들 것 같으니까, 홍성흔이 지명타자로 활동한다고 가정하면 정보명은 객관적으로 홍성흔에게 확실히 밀린다. 난 정보명이 결정적일 때 점수 내 준 친 기억도 강하고 웃는 모습도 너무 시원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롯데 선수니까 보내기 싫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게 최선일 것 같다.

에이, 몰라. 어쨌거나 요즘 스토브리그 너무 재밌네. 그러고보니 네이버 블로그에서나 이 블로그에서나 이렇게 야구 이야기를 길게 적어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 남들에게는 재미없겠지만 나의 동지 정철현과 조예라는 좋아해주겠지.(라면서 은근히 peer pressure!)

뭐 여러모로 기분이 좋다. 오늘 저녁에는 Homeplate 가서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고, 내일은 Galleria가서 쇼핑 좀 해야겠다. 제임스가 새벽 4시 반(...)에 가자고 했는데 서둘러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