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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돛단배

박재범은 2PM에서 영구탈퇴 당하고 김연아는 세계기록을 새로




/ Crystal Castles - Alice Practice /



박재범은 2PM에서 영구탈퇴 당하고
김연아는 세계기록을 새로 세우며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동안 나는 여러가지 절망을 맛보며 공부를 하고 물리 시험을 쳤다 - 사실 시험을 치고 몹시 졸리고 배고프고 춥고 피곤한 상태로 Ursa's에 가서 좀 노닥거리다가, 김연아가 최고의 연기를 하는 걸 봤다. 그저께 쇼트 프로그램 이후로 김연아에 푹 빠져 버린 Chelsea와 로레인도 나와 함께 넋을 놓고 TV를 올려다 봤다. 전율이 일었다. 김연아가 연신 눈물을 닦아낼 때 나도 눈시울이 시큰해졌지만, 총합 228점이 뜨는 순간 다른 TV로 김연아를 보고 있던 Sruti가 나를 향해 엄청 큰 목소리로 "Chloe!!!!!"라고 외치는 바람에 더 오래 감상에 젖을 수도 없었다.

이렇듯, 하늘은 정말로 우리네의 노력을 배반하지 않고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이겨내야 하는 건 바로 나 자신인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사실이 문제다. 시를 쓸 때 시적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는 게 중요하면서 힘들듯이 나 자신과 끝까지 싸워서 이기는 것 또한 그렇게 중요하고 힘도 든다.

2월이 어느새 다 가고 있다. 요새는 고맙게도 햇빛 충만한 날들이 계속되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춥지 않은 건 아니다. 오늘 점심 베란다에 나가보니 하나도 춥지 않은 것 같아 얇은 긴팔 윗옷에 가디건 하나 덜렁 걸치고 나갔다가 욕봤다. 날씨마저 나를 속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