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cteau Twins - Frou-Frou Foxes in Midsummer Fires /
적어도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산타가 있다고 믿었고, 나와 동생의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좋은 부모인 엄마 아빠는 십여 년의 연극에 기꺼이 동참해주셨다. 다른 가족들의 사정을 내가 자세히 알 길은 없어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우리집의 역할놀이는 꽤 풍부하고 사실적(?)이었기에 부모님은 있지도 않은 산타에게 따뜻한 꿀물을 타주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추운 날 먼 길 썰매 끌고 오면 추울 테니 다른 선물 운반하러 가기 전 몸 좀 녹이시라는 배려 섞인 논리였는데, 나와 동생 그리고 부모님 중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여, 나와 동생은(당시에는 같은 방에서 잤으니까) 자기 전 머리맡에 꿀물 한 잔을 마련해두고 잠이 들었고 일어나보면 발치에 각자의 선물이 있곤 했다. 유리컵은 누가(산타를 가장한 부모님이) 마신 듯 비어 있었고. 그러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한 성탄절 전야, 나는 너무 긴장해서였는지 일찍 잠에서 깼다. 새벽이라 날은 아직 어두웠고 선물은 없었으므로 아직 산타가 오려면 멀었겠다고 생각하며 뒤척이는 순간, 머리맡에 부모님이 약속했던 꿀물이 없는 걸 발견했다! 나는 어떤 배신감에 휩싸였다! 산타가 입맛을 다시며("이 집 사람들은 나를 위해 매년 꿀물을 마련하던데...") 우리집에 왔다가 실망하는 모습이 내 눈앞에 영화처럼 펼쳐졌기 때문에, 그리고 나는 산타를 실망시키지 않는 착한 어린이를 지향했기 때문에, 그러나 나는 꿀이 부엌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꼬꼬마였기 때문에... 아빠를 깨웠다. 아빠는 영문을 모르신 채 일어나 앉으셨고 나는 아빠! 산타 할아버지 곧 오실 텐데 꿀물이 없어요! 꿀물 타주세요! 라며 난리를 쳤다.
아빠는 잠에서 덜 깬 표정으로 부엌으로 가서 꿀물을 타주셨다. 나무라시지도 않고 혼내시지도 않고, 그것도 1분 데워서 따뜻한 꿀물을. 김이 나는 꿀물이 내 머리맡에 놓였고 나는 몹시 안심해서 다시 잠들었으며 성탄절 아침에는 빈 유리컵과 선물이 있었다, 당연하게도.
그랬던 새벽이 요새 자꾸만 생각이 난다. 그 생각만 하면 꿀물을 마신 것처럼 식도가 따뜻해진다.
그러다가 한 성탄절 전야, 나는 너무 긴장해서였는지 일찍 잠에서 깼다. 새벽이라 날은 아직 어두웠고 선물은 없었으므로 아직 산타가 오려면 멀었겠다고 생각하며 뒤척이는 순간, 머리맡에 부모님이 약속했던 꿀물이 없는 걸 발견했다! 나는 어떤 배신감에 휩싸였다! 산타가 입맛을 다시며("이 집 사람들은 나를 위해 매년 꿀물을 마련하던데...") 우리집에 왔다가 실망하는 모습이 내 눈앞에 영화처럼 펼쳐졌기 때문에, 그리고 나는 산타를 실망시키지 않는 착한 어린이를 지향했기 때문에, 그러나 나는 꿀이 부엌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꼬꼬마였기 때문에... 아빠를 깨웠다. 아빠는 영문을 모르신 채 일어나 앉으셨고 나는 아빠! 산타 할아버지 곧 오실 텐데 꿀물이 없어요! 꿀물 타주세요! 라며 난리를 쳤다.
아빠는 잠에서 덜 깬 표정으로 부엌으로 가서 꿀물을 타주셨다. 나무라시지도 않고 혼내시지도 않고, 그것도 1분 데워서 따뜻한 꿀물을. 김이 나는 꿀물이 내 머리맡에 놓였고 나는 몹시 안심해서 다시 잠들었으며 성탄절 아침에는 빈 유리컵과 선물이 있었다, 당연하게도.
그랬던 새벽이 요새 자꾸만 생각이 난다. 그 생각만 하면 꿀물을 마신 것처럼 식도가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