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eekend - Glass Table Girls /
2차성징을 거칠 무렵 전후에 사귀었던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 이틀에 걸쳐 기억을 헤집는 과정을 잔뜩 거쳤다. 나는 굉장히 사소한 것들을 기억하고 친구들은 그 사소성에 환호한다. 그러면 나는 왠지 고대에 갖가지 일화를 후대에 전승하던 음유시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5학년 때의 담임선생님 아들이 늘 쥐고 다니던 작은 토끼인형의 이름과 생김새, 당시 부모님의 지나친 개입으로 선생님의 지나친 개입을 피할 수 있었던 아이들의 이름, 옆 초등학교 아이들과 늘 싸우면서도(혹은 늘 싸웠기 때문에) 인기 많던 아이의 아이답지 않던 눈빛, 총각 선생님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체육복을 벗고 교복으로 갈아입던 여자애, 나와 친구가 교장선생님 은퇴식 합창단의 일원으로 뽑히게 되었던 계기. 그런 것들을 열심히 읊다가 집으로 돌아오고 나면 기분 좋게 탈진하는 것이다.
날이 춥고, 춥고, 작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춥다. 10월부터 읽던 책 두 권을 결국 못 끝내고 연말을 맞겠다. 그 책들을 천천히 읽는 동안 다른 책들을 여럿 읽었으니 괜찮다는 자위. 짧게 서울에 다녀온다. 빈약한 계획을 안고 간다. 살짝은 될 대로 되라는 식이다. 약속들이 뒤죽박죽이다. 그래도 짐을 많이 적게 싸는 것에 성공해서 뿌듯하다. 작년 가을방학 때 시카고에 갔을 때 수화가 내 가방을 보고 무슨 여자애가 짐이 이것뿐이냐며 타박을 줬다. 무거운 건 싫다.
날이 춥고, 춥고, 작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춥다. 10월부터 읽던 책 두 권을 결국 못 끝내고 연말을 맞겠다. 그 책들을 천천히 읽는 동안 다른 책들을 여럿 읽었으니 괜찮다는 자위. 짧게 서울에 다녀온다. 빈약한 계획을 안고 간다. 살짝은 될 대로 되라는 식이다. 약속들이 뒤죽박죽이다. 그래도 짐을 많이 적게 싸는 것에 성공해서 뿌듯하다. 작년 가을방학 때 시카고에 갔을 때 수화가 내 가방을 보고 무슨 여자애가 짐이 이것뿐이냐며 타박을 줬다. 무거운 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