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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돛단배

눈을 보기 힘든 남쪽 지방에서 살다가 고등학교 때문에




/ 3호선 버터플라이 - 그녀에게 (with 휘루) /


눈을 보기 힘든 남쪽 지방에서 살다가 고등학교 때문에 북쪽 지방으로 올라갔을 때의 첫 겨울을 기억한다. 그 첫 겨울 나는 살면서 봤던 눈보다 더 많은 눈을 볼 수 있었고, 눈 내린 날 동네 강아지마냥 좋아하던 것도 잠시, 눈이 오면 교실까지 그리고 (특히) 체육관까지 갈 걱정에 한숨만 푹푹 쉬었다. 삼 년 정도 그런 마을에 있었더니 이제는 눈이 올 쯤 되면 몸이 먼저 안다. 눈이 올 것 같은 그런 공기가 있다.

어젯밤에는 첫눈 대신 늦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렸고 그것 때문인지 오늘 수업에 가는 길에 낙엽을 참 많이 봤다. 은행잎이 잔뜩 떨어져서 도로가 온통 노랬다. 한층 추워져서 이제야 진짜 늦가을 같았고 나는 신나서 목도리를 칭칭 감고 걸어다녔다. 지난 주만 해도 반바지에 반팔 입고 수업 갔는데, 이 도시 이 날씨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여기 시간으로는 어젯밤 한국에서 올해 수능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동생들의 수능 대박을 빌었다. 아까 랩에서 일하다가 쉬면서 수능 관련 신문기사를 읽었는데, 수능을 치고 나와서 엄마에게 안겨 우는 학생의 사진을 보는데 나도 눈물이 날 뻔 했다. 수능을 쳐 본 적 없는 나 같은 천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 큰 부담감을 이겨낸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You're golden, peop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