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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돛단배

목이 찢어질 것 같다 기침이 폐렴이 되지




/ Trentemoller - Miss You /


목이 찢어질 것 같다. 기침이 폐렴이 되지 않게 조심해, 라고 몇몇이 말했다. 고개를 숙이고, 알아요, 나도 가능하기만 하다면 모든 기침을 삼키고 싶다. 나는 여러 맛의 차를 번갈아 마시다가 이제는 티백을 꺼내는 것마저 귀찮아서 끓는 맹물을 마신다. 목구멍의 가래 대신 전신의 피가 묽어지는 것 같다. 항이뇨호르몬이 무력해지는 밤을 보내고 나면 내 기침에 놀라 깬다. 지긋지긋하다기보다는 지겹다. 현민이에게 이야기해서, 내일은 점심으로 국물 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지리를 먹고 싶은데 비쌀까. 뭐든 팔팔 끓는 국물이면 좋겠다.

그래도 날이 추워지고 있어 반갑다. 기뻐서 심장이 쿵쾅댈 정도인데, 이래서 따뜻한 곳의 대학원은 못 넣는게 아닌가 싶다. 이제는 목도리를 둘러도 이상하지 않다. 색이 다른 목도리가 두 개 있다. 하나는 재작년 늦가을에 앤테일러에서 산 하늘색 목도리고, 다른 하나는 작년 겨울에 한국에서 산 갈색 목도리. 털실이 굵은 게 좋아서 후자를 더 많이 찾는다. 전자가 다섯 배 정도 더 비쌌던 건 안 웃긴 농담. 추울 때 다시 만나자고 했던 건 차라리 상상. 하지만 분명히 있었던 공기층.

오늘 동아시아 영화학 수업이 아슬아슬하게 취소되어서, 집을 나서려다가 말고 계란밥을 만들어 점심을 먹었다. 밥알을 씹으며 인터넷을 하다가 이병률 시인의 트위터를 찾았다. 내가 좋아하는 시인. 팔로우를 하고 실험 수업을 들으러 학교로 갔다. 요 며칠 누군가가, 내가 좋아하는 다른 시인의 이름을 검색어 삼아 내 블로그를 찾아왔다. 한 번이 아니다. 심지어 유입수가 1위. 그 경로가 문득 궁금해졌다.

음악을 듣지 않고 보던 와중 너의 여전한 버릇을 읽었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기시감이 맺히는 것이다. 그러자, 내가 머무는 방이 생경해졌다. 스크린은 시공간의 압축이 자유롭다는 해석이 있다. 우리 둘다 얼어있었던 건 아닐지 소망해본다.

타의적 학습에 하품이 난다. 경련이 일 것 같다. 이제는 세속적이지도 않은, 이런, 고립. 어서 빨리 재판받고 싶다.

(누가 봐도 역력했던 거리가 너를 친절하게 만들었던 것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