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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돛단배

나는 참으로 악마 같은 과제들로 괴로웠으나 천사


나는 참으로 악마 같은 과제들로 괴로웠으나 천사 같은 내 룸메의 어머니 덕택에('천사'라는 수식어는 룸메와 룸메의 어머니, 두 단어 모두에 적용된다) 금새 녹녹하게 행복한 기분이 되었다.

나는 밤을 말 그대로 단 1초도 잠들지 않고 꼴딱 샌 뒤 오늘 아침 7시에 잠이 들어 9시에 일어난 뒤 오늘 정오가 데드라인이었던 바이오 세미나 파이널 리포트를 교수님께 이메일로 보내고 라이팅 파이널 리포트를 마저 고치다가 배가 너무 고파 BD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문장이 긴데 정말 나의 지난 몇 시간은 이 흐름처럼 끊기지 않는 일련의 행동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에세이를 인쇄하고 심리학을 공부할 요량이었는데 마침 도서관 앞에서 만난 Daniel에게 선생님이 계단에서 넘어져서(...) 수업이 취소되었다는 다소 랜덤한 소식을 접하고는(그의 얼굴에 살짝 스치는 미소를 나는 보고야 말았지) 황당한 기분이 되어서 도서관 카페에 물을 마시러 갔다가 성우와 Jeremy, Tracy를 만나서 함께 심리학을 공부했다. 심리학 시험을 치고 나서 걔네들이랑 같이 컴퓨터 랩에 가서 에세이를 마저 손 본 뒤 선생님 서류함에 인쇄본을 넣어두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그런데, 물을 마시고 좀 자려고 침대를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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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나온 건 오늘 아침 침대에 벗어놓고 간 내 잠옷.) 이게 뭡니까? 처음에는 저 반짝거리는 것들(...) 때문에 룸메가 파티갈 때 입는 옷을 내 침대에 올려두고 간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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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쪽지에 적혀 있기를: 헤이 클로이! 우리 엄마가 오늘 너랑 나한테 각자 양말을 보내셨단다.^_^ 오늘 하루 잘 보냈길 바래. 꼭 좀 자도록 해! 크리스틴 ♡ ... 어머나 다시 한 번 말해 봐. 크리스마스 양말? (나는 여기서부터 서랍에서 카메라를 꺼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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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 케인, 산타 초콜릿, 껌, 카라멜, 스낵바, 땅콩, 스티커, 수첩 등등 아이고 아주머니!(라고 부르니 한 번 밖에 못 뵌 분이 왠지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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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방에 먹을거리를 잘 안 사다 놓는 편이라서 항상 입이 심심했는데 잘 되었구나. 포스트 잇 플래그까지 챙겨주시는 섬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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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할아버지, 먹기 죄송할 정도로 깜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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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양말은 침대 모서리에 고이고이 잘 걸어두었습니다. 책상 옆에 침대가 있어 공부하다 사탕 꺼내먹기 좋은 위치가 되어버렸다.

흥분의 사진 촬영을 마치고 Kristen에게 답쪽지를 남기려는 찰나 걔가 수학 숙제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왔다. 아 너 와 있었구나? 응 나 너한테 쪽지 쓰는 중이었는데 너네 어머니께 정말 고맙다고 좀 전해드려 엉엉. 하하 아니야 사실 12월 며칠이(기억 끊김) 카톨릭들만 챙기는 것 같은 성 누구누구의 날인데(기억 끊김 - 앗, 크리스마스가 아니었다니!) 그때마다 이렇게 양말 안에 과자 같은거 넣어서 나눠주거든, 그나저나 시험 어땠어? 아 지난 번보다는 쉬웠던 거 같애, 넌 어디 갔다오는겨? 나 친구 방에서 웹워크 하고 오는 길이야, 나 지금 세탁하러 갈 건데 너 잘 거면 불 안 켤게. 에이 켜도 돼. 하하 잘 자. 응 나중에 봐.

이런 대화 했는데 걔가 세탁하고 돌아왔을 때 내가 안 자고 일어나 있으면 뻘쭘하겠지? 고로 저는 저녁 먹을 때까지 조금 자겠습니다. 룸메 어머니 꿈을 꾸어야겠다. 천사가 나올 것만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