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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돛단배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중학생 때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입문을




/ 못 - What a Wonderful World /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중학생 때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입문>을, 아마도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지도 못 하면서 읽었다.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건 아니라 틀릴 수도 있지만, 기억나는 바에 의하면 프로이트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공포는 고립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그래서 어린 아이가 어두운 걸 무서워하는 이유는, 자기가 고립되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글을 읽으면서 나는 별 다른 이의도 없이 순순히 설득당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대학에 와서 첫 학기에 들은 심리학 입문 수업에서 교수님은 인간이 공통적으로, 즉 본능적으로 두려워하는 건 갑작스러운 큰 소리
라고 했다. 그래서 아기 알버트가 뭣도 모르고 실험에 반강제적으로 참가하게 되었을 때, 쥐를 보여줄 때마다 알버트가 깜짝깜짝 놀라게 큰 소리를 갑자기 들려줬다고. 불쌍한 알버트, 커서 설치류를 볼 때마다 왜 서늘한 기분이 드는지 궁금해하며 살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 공포의 원초적인 형태가 무엇이 되었든 간에, 지금 내가 느끼는 공포는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다. 이 기분을 뾰족하게 정의내릴 수 없기 때문에 슬픈 걸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문득 든다. 그나마 가장 가깝게 표현한다면, 이것은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그래서 자연스럽게, 불신과 맹신과 과신을 금하자고 다짐했던 예전 날들을 생각한다.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는 좀 더 용감했었나 싶다. 그리움에 마음이 가라앉는다.

프로이트가 주장한 것처럼 고립이 공포의 근원이라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이건 나 혼자 이겨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