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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돛단배

강원도에서 베이비시팅에 전념없던 지난 2주 별 준비도


강원도에서 베이비시팅(?)에 전념없던 지난 2주. 별 준비도 없이 나는 그냥 그렇게 무방비 상태에서 2010년과 맞닥뜨렸고, 정신차려 보니 "2"를 두 개씩 단 나이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제 열흘 정도 지난 2010년 동안 뭘 했나 돌이켜보니, 열심히 놀았고 열심히 돈을 벌었고 내가 사는 곳이 북극인가 싶을 정도로 엄청난 눈을 보았고. 아, 그리고 뭔가 새해랍시고 선배/후배/친구들과 술을 여러 번 마셨던 것 같다. 이걸로 당분간 술은 끝.

집으로 내려오는 버스 안에서 세 시간을 내리 자고 어젯밤에도 열두 시간을 자고 나서 내가 이 정도로까지 피곤했었나를 생각해보니, 돌이켜보면 지난 2주 동안 놀기도 놀았지만 그만큼 일도 많았던 것 같다, 블로그에 글을 "쓴다"는 생각은 전혀 못 했을 정도로. (어, 그러고보니 이게 2010년 첫 포스팅이다?) 전반기 일은 생각보다 많았고 - 이렇게 몇 단어로 그 업무의 양이 줄여진다는 것이 억울할 정도로 많았다 - 소사의 겨울은, 물론 이번 추위가 전국적으로 더 유별났던 것이겠지만 내가 기억하던 것 이상으로 추웠고 눈투성이었다.

그래도 다소 길었을 것 같았던 방학,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어서 다행이다. 맡았던 반과 방 아이들, 정말 너무 감사하게도 한 명 한 명 모두가 말썽 없이 착한 천사들이었어서 다행이다. 전산 착오로 일하기 직전까지 일을 하게 되냐 못 하게 되냐, 나아가서는 일을 할까 그냥 하지 말까, 여러 가지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하게 되어서 결론적으로는 감사했다. 그동안 신경을 많이 못 써줘서 마음에 걸렸던 동생 대학 원서도, 좀 피곤하기는 했지만 이번 기회에 옆에서 많이 봐줄 수 있어서 좋았다. "좋은" 2주였다.

덧붙여서, 동문이었어도 평생 잘 모르는 사람들로 지냈을 수 있었던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특히 이 부분은, 내가 2년 전에 일했을 때에는 일하는 사람 대부분이 원래 친구였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미처 생각하지 못 했던 것 같은데, 이래서 학교에서 일부러 재학생이나 졸업생들만 뽑아쓰나 싶었다. 민현 언니랑 예솔이 은지 등등, 벌써 보고 싶다.

어떻게 심한 감기 없이 강원도에서 잘 버티나 싶었는데 막판에 목이 좀 쉬는 바람에 오늘은 성준이랑 만나기로 했던 약속도 취소하고, 하루 종일 집에서 쉬었다. 언제인가부터 집에 QOOK TV가 깔려 있어서, 오늘은 점심을 먹은 뒤에 종일 단어장 작업을 하면서 말 그대로 TV만 봤다. 무릎팍 도사 - 무한도전 - 1박 2일 재방송의 무한 반복이었다. 걱정했던 단어장 작업은 9일이 아닌 23일까지였고, 그걸 오늘 저녁에 안 덕분에 나는 작업의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그런데 그걸 아는 순간 노트북 바로 닫고 <파스타> 본 나도 참...

세인트루이스로 돌아가기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무조건 푹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