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왓의 빡빡한 시험들을 견뎌내고 가을방학을 맞아 놀러 온 해인이와, 창완이의 말에 따르면 "쿼터 학교 다니면서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주말을 틈타 놀러 온 수화와 함께 한 며칠은 정말 후딱 지나가 버렸다. 수화를 일요일 오후 버스에 태워 보내고 돌아오는 전차 안에서도 뭔지 모를 허함에 나랑 해인이는 별 말 없이 가만 앉아 있었는데 오늘 아침 수업 때문에 해인이를 공항까지 데려다 주지도 못 하고 쉬는 시간에 조심해서 잘 가라고 잠깐 전화를 했을 때는 마음이 더 먹먹해져 버렸다. 나랑 수화만 있으면 싸우기 때문에 해인이가 필요하고 해인이랑 수화만 있어도 싸우기 때문에 내가 필요하고 나랑 해인이만 있으면 수화랑 셋이서 있을 때보단 덜 재미있고. 이래서 우리 세 명은 항상 같이 있어야 하나보다. 영민이까지 세인트루이스에 왔더라면 더 즐거웠을 텐데.
학교 구경도 많이 시켜주고 세인트루이스에서 최대한 예쁘고 즐거운 곳만 데려가고 싶었는데, 나만 재밌었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해인이랑 수화도 재미있었겠지? 우리 방 애들이 너네 완전 사랑해. 다시 또 놀러와.
하지만 이제는 정말 다들 돌아갔고 나도 다시 평소처럼 학교 생활을 해야하는 거지. 이상하게 요즘에는 자꾸만,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면 너무 빨리 피곤해진다. 세 시간 이상을 있지를 못 하겠다. 늙어가나? 내일은 언어학 두 번째 중간고사가 있기 때문에 (중간고사를 네 번 볼거면 중간고사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아줬으면 좋겠다) 어차피 방에서 공부해야 할 거 같다. 서로 질문이 있으면 옆 스윗에 사는 Kevin이랑 같이 공부했는데 지금 유기화학 시험을 치고 있을 Kevin이 오늘 언제쯤 부터 언어학 공부를 시작할지 모르겠다. 아니면 이미 공부 다 해 놨을지도 모른다, Kevin은.
에잇. 생물 따위에 질 수 없지(라고 쉽게 말하기에는 생물은 너무 잔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