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간의 돛단배

오늘 랩을 하다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오늘 랩을 하다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reflux(가 한글로 뭐지?)하고 있던 용액이 왠지 끓어넘친 바람에 (말이 끓어넘쳤다지, 나는 뭔가 폭발이라도 한 줄 알았다.) 내 후드는 온통 갈색 가루투성이여서 치우기도 애매한 그런 상태였지만 이상하게도 그다지 기분이 나쁘지 않았던 건 끓이고 있던 cinnamaldehyde 때문에 후드가 기분 좋은 계피 냄새로 가득해서였을까. 나는 그 놈의 %yield 때문에 TA한테 가서 이러이러한 일이 일어났으니 다시 reflux하면 안 되냐고 고집을 부렸지만 TA는 또 걔대로 용액 한 90%는 멀쩡히 있는데 왜 다시 하고 싶어하냐고 고집을 피웠고. 옆반 TA까지 놀러와서 우리가 한참 설전을 벌이고 있을 때 같은 랩 애들도 내 후드 주변에 서서는 계피 냄새 풀풀 나는 그 꼴을 (쪽팔리게도) 구경했지만 나는 그냥 짜증도 지도 않고 너무 웃겼다. 나사 빠진 기분?

황당한 소폭발 말고도 vacuum filtration하다가 뭐 엎지르고 그거 치우고 또 다른 거 엎지르고, 이래저래 유난히 실수가 많았지만 결국 오늘 랩은 잘 마무리 했다 - 그랬지만 역시 삶이란 녹록치 않은 것이, 지난 랩이 그 놈의 NMR 때문에 발목을 잡아서 언제나처럼 5시까지 고생하고 랩에서 나왔다.








어쨌거나 꼴에 여름이라고 참 푸르고 녹색 충만하다. 7월도 내일이면 마지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