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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돛단배

아침에 수업을 가다가 생각해봤더니 어젯밤 꿈에서 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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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수업을 가다가 생각해봤더니 어젯밤 꿈에서 시를 쓴 것 같았다. 사실 꿈에서 내가 시를 직접 쓴 기억이 있는게 아니라, 일어나보니 몸에서 시가 빠져나간 듯한 느낌이 남아있었다. 정확히 설명하기는 쉽지 않은데, 진짜 "몸에서 시가 빠져나갔다"라는 말 이외에는 딱히 설명할 길을 못 찾겠는, 별 희안한 느낌. 그런데 그 느낌이 너무 생생해서인지, 이상하게 하루종일 자꾸 신경이 쓰였다. 뭔가 토해낼 때가 왔나?

이번 주 초에 생화학 시험을 보고 났더니 숨 돌릴 틈이 좀 생겨서, 이번 학기 마치고 졸업하는 사람들이랑 저녁도 먹고, 잠도 오랜만에 푹 잤다. 어제는 Ally랑 같이 정말 오랜만에 남자애들 집에 놀러갔는데, 어쩐지 이번 학기 들어서 처음 보는 친구들이 두 명이었다. 우리 학교, 별로 크지도 않아서 누구를 한 학기에 한 번도 못 보기는 쉽지 않은데. 이상하게 3학년 2학기 들어서 보기 녹록치 않은 애들이 몇 있다. 다들 바쁘고, 바쁘다보니 남는 시간에는 자기 공간에서 쉬게 되고, 그러다보니 이렇다. 그래도 다들 오랜만에라도 얼굴 봐서 좋았고, 게다가 어젯밤 늦게 왠일로 세미나 수업이 교수님 사정 때문에 취소됐다는 이메일이 와서 오늘은 랩 가기 전에 낮잠도 잠시 잤다. 느긋해지려한다.

우리 학교 설립자 손자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불렀던 4월은 이미 절반이 지났고. 이번 주말은, 학교 붙은 새파란 애들이 놀러와서 아무 걱정없이 학교 구경하는 주말. 말간 얼굴의 멋모르는 애들을 제대로 홀리려고, 학교는 며칠 전부터 내 등록금으로 열심히 꽃을 사다 심었다. 덕분에 학교가 쓸데없이 알록달록해져서 이곳저곳에서 봄기운 물씬 풍기지만 나는 자꾸만 이 시간이 여름 같다. 여름 날씨는 아니지만, 봄 치고는 개인적으로 좀 덥기도 한 이유도 있고. 이곳은 너무 쉽게 더워진다. 해만 떴다하면 덥고 또 해만 지면 쌀쌀하다. 싫진 않다.

난 벌써 알 수 있다, 이번 여름은 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