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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돛단배

이 나라의 독립기념일이 올해에는 일요일인 바람에 쉬는




/ Stina Nordenstam - Fireworks /



이 나라의 독립기념일이 올해에는 일요일인 바람에 쉬는 날 하루가 없어질 줄 알았는데 중요한 휴일은 또 안 빼먹는 학교가 월요일을 학교 휴일로 만들어 버려서 내일은 출근을 안 해도 된다. 그래서 마음이 조금 넉넉해져서 금요일에 일 끝나고 성당 사람들이랑 1박으로 호숫가 리조트에 다녀왔다. 날씨가 쾌청해서 딱 좋은 여행이었다. 토요일 저녁에 세인트루이스로 돌아와보니 어떻게 시간이 맞아서 Arch에서 불꽃놀이도 구경하고 왔다.

지난 주에 기정이가 수업 가기 전에 "오늘 장 볼 수 있는 사람은 주스도 사와!"라고 말한 걸, 가수면 상태에서 주워들은 진환이는 엉뚱하게 삼겹살을 사왔다. 그것도 우리 넷이서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는 양으로. 대체 어떻게 주스를 고기로 잘못 들었는지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지만, 뭔가 좋은 일을 했다는 생각에서였는지 히죽히죽 웃으면서 "아침에 누가 고기 사오래서 나 아시안 마켓가서 사왔다?"라고 자랑하는 진환이 앞에서 우리는 다 웃을 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애들을 불러서 삼겹살 파티를 하기로 했다.

원래 금요일에 삼겹살 파티를 하기로 했는데 어쩐지 미뤄져서 오늘 저녁에 현민이, 재우, 재열이가 와서 사 놓은 삼겹살의 절반 정도를 해결할 수 있었다. 현민이랑 재우가 디저트로 애플 파이랑 아이스크림도 사오고, 재열이가 즉석에서 된장, 고추장, 참기름, 깨, 고추, 마늘 등으로 쌈장도 만들고 해서 그럴싸한 저녁이었다.
난 여름에 삼겹살은 잘 안 먹는데도 오늘은 꽤 맛있게 먹었다 - 사실 고기보다는 양파랑 버섯을 더 많이 먹은 기분이다.

하나 우스웠던 건, 이 집의 실질적인 주인인 진환이가 어제 오늘에 걸친 과한 컴퓨터 게임으로 저녁 시간에 딱 맞춰 골아 떨어져서, 우리는 집주인 없는 부엌에서 집주인이 사다놓은 고기를 집주인의 가재도구로 요리해 먹는 이상한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그리고 우리가 삼겹살을 먹고 어느 정도 정리를 한 다음 후식을 먹고 있을 때가 되어서야 일어난 진환이는 툴툴대며 우유에 씨리얼을 말아 먹음으로써 그 웃기는 상황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여튼 원래 오늘 저녁에 독립기념일 파티를 한다는 Garcia/Edward 집에 가려고 했었다가, 피곤해서 못 가겠다고 말하고는 심심할까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손님들을 배웅해주고 난 후에는, 얼마 전부터 거실에 고이 모셔지게 된 카시오톤을 가지고 놀고 있었는데 정환이가 자기가 작곡한 거라면서 짧은 재즈 소절을 가르쳐 줬다. 그리고 내가 카시오톤으로 그걸 연주하는 동안 정환이는 기타 파트를 연주했다. 난 피아노로도 재즈를 쳐 본 적이 없는 터라 클래식과는 전혀 다른 재즈 박자가 생소했던 나머지, 열 마디도 안 되는 그 짧은 소설을 반복해서 치면서도 애를 먹었다. 그래도 나중에는 좀 익숙해져서 재미있었다. 이렇게 주말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