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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돛단배

오늘 실험실에서 마무리하고 집에 가기 전에 교수님




/ The xx - Shelter /


오늘 실험실에서 마무리하고 집에 가기 전에 교수님, 포닥을 하는 교수님 남편, 그리고 교수님 아들을 보다가 이런 생각을 했다. 남편이랑 같은 실험실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함께 일하다가 중간에 같이 커피 마시면서 잠시 쉬기도 하고, 그러다가 여름 방학 맞은 열 살 짜리 아들이 실험실에 놀러 와서 내가 일하는 동안 옆에 앉아 미니 월드컵 축구 게임 같은 걸 하며 오늘 있었던 일을 재잘대는 걸 배경으로 실험을 마무리하고, 하루 할 일을 다 마치고 온 가족이 기분 좋게 퇴근해도 좋을 것 같다고.

그리고 조금 전에 음악을 들으면서 뒹굴뒹굴 책을 읽다가 또 이런 생각도 했다. 이렇게 나중에 내가 어떤 나이가 되어 일을 하게 되면,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느긋하게 저녁을 해 먹고 산책도 하고, 음악도 듣고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그러다가 잠들 수 있는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고.

이 모든 걸 이루려면 물론 교수가 되어야 할 건데 그러면 그 행복한 그림과, 퇴근 후의 여유를 위해 난 참 먼 길을 열심히 가야하겠다, 라고 결론이 났다. 일단 반납 얼마 안 남은 책부터 끝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