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egan and Sara - Walking with a Ghost /
지난 주말에 Tegan and Sara 콘서트에 갔다. 원래 같이 가기로 한 Genna가 콘서트 하루 전날 밤에 갑자기 못 가게 됐다는 최고의 반전을 내 놓는 바람에, 같이 갈 사람을 급히 물색하던 중 친구 한 명을 찾을 수 있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콘서트에 가려고 그 친구를 만났을 때에는 그 친구가 자기의 다른 친구들을 대동하고 왔으니, 알고 보니 그 친구가 데려온 우리 학교 아이들이 전부 레즈비언이더라, 라는 더 큰 반전이 있었다. Tegan과 Sara 자체가 레즈비언이기 때문에 레즈비언 팬들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큰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데, 나는 전혀 생각 않고 있다가 공연장에 도착해서야 그걸 깨닫고는 다소 놀랐다. 몇 년 전에 작정하고 레즈비언 컨셉을 잡고 나온 t.A.T.u.와는 달리 Tegan and Sara는 그런 쪽으로 주목받고 싶어하기보단 음악으로 평가받고 싶어하는 애들이어서 별로 예상하지 못 했나싶다.
물론 공연은 매우 훌륭했고 특히 Tegan이 입담이 아주 좋아서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이 공연이 며칠 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굳이 이에 대한 포스팅을 하는 이유는, 콘서트에서 뜻밖의 모습에 감동받았기 때문이다.
Tegan and Sara 전의 오프닝 밴드 공연을 보고 있는데, 어떤 나이 지긋한 분이 무대 한 구석에 올라서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그것도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흔들하는 것도 아니고 마치 직접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율동을 크게 해 가며. 그 모습을 본 나는 약간 당황해서 왜 저러지, 싶어 옆에 있던 친구에게 저 사람 뭐 하는 거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그 친구는 흘낏 그 쪽을 보더니 "Sign language."라고 말했다.
수화.
다시 봤더니 그 사람은 정말 노래 가사를 한 박자 느리게 수화로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수화통역사(라고 해야하나?)가 서 있는 무대 바로 밑에는, 아마도 당연히 농아일 남자애 한 명이 그 수화통역사를 올려다 보면서 팔짝팔짝 뛰며 좋아하고 있었다. 그걸 보고 있던 나는, 목구멍에서 뭐가 치고 올라와 울 뻔 했다. 계속 앞만 봤기에 망정이지, 사실 눈물이 조금 고였던게 친구가 봤으면 Tegan and Sara를 보는 것에 감격해서 그러는 줄 알았을 거다.
콘서트를 하는 네 시간 내내, 검은 옷을 입고 있던 수화통역사는 조명 앞에 서서, 뒤에 앉아 있던 다른 수화통역사와 번갈아가며 노래 한 곡 한 곡을 수화로 옮겼고 나는 자꾸만 몸에 전율이 일었다. Tegan도 공연 중간에 수화통역사에게 "락 콘서트에서도 수화통역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이런 멋진 광경은 또 처음이네요, 저희 노래에 가사가 너무 많아서 일일히 옮기시느라 힘드실텐데 미안하고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면서 감사의 뜻을 전했고 사람들은 모두 박수를 쳤다.
뜻밖의 수확이었다. 마음 깊은 곳까지 따뜻해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