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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

2016 수국, 장미, 히아신스, 튤립, 이렇게 발음만으로도 입안 가득 풍성한 꽃 아닌 짖궂은 뿌리에 매달린 식물들 버릇처럼 해를 향한다. 노을 따라 집을 나서서 나의 동쪽 아닌 서쪽에 물을 두어봐도 딱히 나쁜 일이 있진 않았다. 그렇다고 시시했던 건 아니고, 특별하다 믿었던 것들을 신봉하다 관둔지 오래 되었지만 파도와 안개 앞에서는 자꾸 어지러웠으니까. 낙서 지우는 사람의 마음으로 간밤을 구길 때마다 나 이렇게 끝까지 재미 찾다 죽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결국에는 내가 있는 곳마다 거기가 곧 낙원인 걸. 그게 아니라면 이 서사는 다르게 설명 될수도 없다. 얼굴을 가리고 눈을 감는다. 이럴 줄 알았을까, 싶은 그런 선명한 순간들은 어차피 창문만 열면 또 보인다. 그게 근육 기억이 아니라면 별 달리 뭐라고 불러야 했을.. 더보기
"라고 쓰려다, 너무 엄살 같아서 지운다" -- 유하 '당신' 부분 편두통과 위통을 등가교환하고 앓아 누웠다. 엑세드린을 한 통 새로 사야한다. 예전처럼 존경하기는 힘든 사람은 자꾸만 나를 피곤하게 만든다. 그걸 견디다 보면 시간이 움푹 파이고, 그걸 어떻게 감당하면 좋을지를 고민해본다. 잠에 숭숭 구멍이 뚫린다. 계단을 건반 짚듯 내려가면서, 좋아하던 많은 것들이 좋아했던 것들이 되어버린 것을 확인했다. 어쩌자고 한눈을 팔았다. 나 자신을 줄줄 싫어하고 있을 무렵 남들의 괜찮아 안 다쳤어?에 울컥하게 되는 경로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괴로워하고 있는 나에게 큰 의미 부여하지 말라고 했다. "그치만 의미 안 두기 왜 이렇게 힘들지?" "타고나길 스토리텔러라서 그래." 나뿐만 아니라, 상관 없는 두 사건의 개연성을 들먹이는 건 진화론적 관점에선.. 더보기
one more time with feeling 마지막에 묵었던 숙소의 호스트는 뒤늦게 연락해, 생각해보니 깜빡하고 수건을 주지 않았다며 미안해했다. 다음에 또 놀러오라고, 그럼 그때는 더 싼 방값에 수건도 각자 다섯 장씩 주겠다고. 그 숙소는 친구들이 대학원을 다녔던 차분한 도시에 있었는데, 걔네들이 나에게 굳이 가보라고 하길래 별 생각 없이 들렀던 곳이다. 고맙다고, 좋은 새해 맞이하라고 답장을 보냈다. 거기에 다시 갈 일 아마도 없겠지만,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자,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나를 보고 표정이 좋아졌다고 한다.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꽤 오래 걸렸고, 새해 첫날 말고는 푹 잔 적이 없어서 벌써 조금 지쳤는데도. 그저 덕담일까. 작년 마지막 날 탄 기차 안에서 본 새해 운세처럼, 그냥 일 없이 좋은 말들 뿐일까. 첫 실험부터 대차게 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