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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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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지난 여름 문득 무작정 누군가와 결혼하고 싶었던 건 그래, 새로운 출발이니 뭐니를 그리워해서도 맞았지만 그러면 절반 정도만 맞았고. 무엇보다도, 내 옆에 누군가의 진심이 무조건적으로 머무르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커서였던 것 같다.

(이상적인 방정식이기 때문에 세상의 많은 결혼이 실패로 끝나고 이혼으로 결론짓는다는 사실은 배제했다.)

그 진심이라는 것이 결국에는 시간에 휩쓸려 모양이 바뀌고 색이 바래더라도, 결혼이라는 제도로 너와 나의 마음을 묶어 놓으면 너는 어쩔 수 없이나마 나에게 얽매여 내 옆에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비겁하고 치졸한 생각. 더욱 슬프게도, 그때의 내 동기는 굳이 사랑에 목말랐다거나 설레는 감정이 고팠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혼자 있기 싫어서. 그 이유 하나뿐이다. 이 세상에서 혼자가 아니었으면 했다. 내 섬과 너의 섬에 무너지지 않을 다리를 놓고 싶었다.

그렇게, 타인의 체온으로 보호받고 싶은 생각에 나는 유치하게도 결혼을 떠올렸던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