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장 보통의 존재

- and he said I was


난 너무 insecure해.
 - 넌 항상 insecure해.
진짜?
 - 아니야?
모르겠어서 물어보는 거야.
 - 널 보면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아, 근데 나쁜 것만은 아니야.
나쁜 것 같은데..
 - 니 자신을 믿는 게 중요한거야.

낮에 한 잔 저녁에 한 잔, 쓸데 없는 아메리카노 두 잔에 졸음이 가시기는 커녕 토증이 살짝 몰려왔고 프리메드 학생들이 대거 보는 물리 시험 때문에 사람 대신 에어컨 바람이 가득한 도서관에서 난 끝도 없이 손이 시렸고 너는 며칠 째 보이지도 않고 오늘 나한테 일어났던 딱 하나 좋았던 일은 오랜만에 빌리지에 가서 저녁으로 새우를 넣은 데리야끼 stir fry를 먹었다는 거야. 내일이면 벌써 금요일이고 시간은 막을 길 없이 흐르는데 난 무얼 해야 좋지?

도서관에선 몇 시간 동안 집중 하나도 못 하고 결국 차를 태워달라고 해서 방으로 돌아왔어. 그냥 찬 공기도 마시고 음악도 들으면서 걸어갈 걸 그랬어. 커먼룸은 비어 있고 내 방도 비어 있고 난 뭘 어떻게 해야 좋아? 내가 굳이 귀기울여 듣지 않아도 Au Revoir Simone의 음악은 계속 흘러나오고 나는 음표가 가시화되어 스피커에서 비눗방울처럼 솟아나와 천장에 매달려 내가 잠이 들면 행성처럼 내 머리 위에서 공전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

친구는 화학 실험 리포트 어디까지 했느냐고 자꾸만 물어보고 있는데 미안하지만 나는 왠지 대답하기 싫고 나는 주말이 오는게 걱정되고 어째서인지 날씨가 좀처럼 마음에 들게 따뜻해지지 않는 것이 무섭고 네가 만에 하나 나를 피하는 시나리오가 제일 무서워. 가끔 삶에 있어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들이 여럿 있는데 그래, 한 선배가 말했듯이 그냥 결과적으로는 그런 것들마저 전부 다 껴안고 살아가야 하겠지만 동력을 잃어버린 난 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니?

and he said I was insecure and I couldn't deny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