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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돛단배

"Nothing to do but live. Nowhere to be but gone."



-- From This Inwardness, This Ice by Christian Wiman





from La collectionneuse (1967; dir. Éric Rohmer)





한 주말에는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그 다음 주말에는 수영장에서 헤엄을 쳤다. 물속에 초록 파란 조명이 번갈아 들어와 자꾸만 그 전 주말의 바다 생각이 났다. 거긴 기억보다 물이 더욱 옥색이었다. 그래서 놀랐다고 하자 같이 일하는 사람은 당연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그 정도면 거의 캐러비안이니까,라고 했다. 바다라고 다 같은 색일 수가 없는 것이, 물이 더워지면 녹아들어갈 수 있는 산소의 양이 늘어나기 때문에 어쩌구 저쩌구. 자꾸만 남쪽 바다, 더 남쪽 바다, 타령하는 사람에게 뉴욕에도 바다 있잖아,라고 대꾸했다가 들었던 그런 말을 뒤늦게 상기하면서, 맥주를 마시며 네모 반듯한 수영장 안을 떠다녔다. 근 6년 동안 뉴욕의 바다에 가본 적이 없다.


요새 나는 나를 용케 질질 끌고 다니고, 그게 심지어 대견하고 자랑스러울 정도로 늘 머리가 멍하다. 그 와중에 화사한 기분이고 싶어서 가능한 한 자주, 몸과 집에 꽃을 지닌다. 나의 이것이 낙관인지 낙담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가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덥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비가 내린다. 너는 절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난 자꾸만 머리가 생각들로 흥건해진다. 나 뭐하는 거야? 이러면 나쁘고 아파? 무조건 괜찮다는 말만 듣는다. 이러니 모래가 마를 일 없다. 너네가 헤어질 일도 없겠지. 눈앞이 쨍하다. 해 아래에서 마냥 뒹굴고만 싶다. 내일 아침이면 태평양을 본다.



+ juana molina - er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