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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돛단배

"It was a long time before I realized green lollipops were not made from caterpillars."



-- From Tall Tales by Raymond Gaddy






by Raymond Gaddy






이사한 집은 낯설진 않지만 그래도 약간 남의 집 같고, 나는 퇴근해서 집에 올 때마다 괜히 구석구석을 기웃거린다. 이사를 하자마자 북쪽에 출장 다녀오느라 충분히 짐 풀 시간을 갖지 못한 바람에 집은 아직도 꽤 어수선하다. 출장은 평소보다 배로 피곤했다. 예전보다 역할이 조금 더 중요했고, 신경 쓸 일 투성이었고, 너무 많이 떠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대체로 좋았던 건 다행. 영하로 떨어지지 않았던 기온은 위안. 같은 프로그램에 인터뷰 온 대학교 후배를 만났고, 퇴근하면 나랑 이따금 같이 영화 보러 다니던 애는 활발하게 호스트 일을 하는 나를 어색해했다. 너무 뻔히 보이게 나를 싫어하던 여자애는 어디서 무슨 말을 들었는지 아니면 결국에는 이유 모를 고집을 꺾었는지 나의 환심을 사려 너무 많이 노력했다. 나는 평소처럼 그 애를 대했고, 그 애는 마지막 날 뒷풀이에서 내 팔을 무작정 잡아 끌고 바에 가더니 나에게 술을 샀다. 우정을 강요받는 모양새로 나는 술을 마시고 입에 라임을 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친한 친구는 걔 너 술에 약 타진 않았겠지? 농담을 했다. 그랬다면 웃겼겠다. 친구들과 눈밭에 서서 담배가 타들어가는 걸 구경했다. 남의 집 복도 구석에 쪼그려 울고 있는 애를 위로했다. 오빠가 나를 숙소로 데려다주었다(고 한다). 겉옷까지 입은 채로 쪽잠을 자고 공항 셔틀을 탔다. 레이오버가 길어서 최대한 느리게 점심을 먹으며 친구들의 고생 이야기를 들었다. 내 고생 이야기는 하기 싫어서 안 했다. 나는 아무 것도 몰랐어, 이 말이 가장 안전했다. 상한 목으로 기침을 하면서 집,이라기에는 조금 어색한 집으로 돌아오니 2월의 직전이었다. 여전하게 널린 상자들 가운데에서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 양치를 하다가 입 안이 죄다 헐었음을 확인했다. 공항에서 친구들 화장실을 기다려주며 우연히 봤던 로컬 아티스트의 작품을 생각했다. Raymond Gaddy의 낚시바늘 주렁주렁 달려 있던 그림은 150불이었다. 그림 아래에 적힌 글 때문에, 그 그림을 사서 집 어디에 걸고 싶었다. 그러면 좀 더 집 같아질 것 같아서. 난 3박 4일 학교 돈으로 좋은 밥 먹은 것만으로도 행복한 대학원생이었기 때문에 실행에는 못 옮겼다. 예전 집 인스펙션을 받으러 가려고 새 집을 나서면서, 일단 집 정리부터 끝내자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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