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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돛단배

"we're too young to be specific"



from Me and You and Everyone We Know (2005; dir. Miranda July)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서른 몇 살 이후로는 새로운 음악을 잘 듣지 않고, 기존에 듣던 음악만을 주로 듣는다는 글을 읽었다. 그 이야기를 해줬더니 슬프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직전까지, 구체적인 일을 하는 것과 구체적인 것이 되는 일의 분명한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던 참이였다.


어떻게 하면, 같은 맥락의 행위를 끊임없이 하면서도 그 맥락에 함몰되지 않을 수 있을까. 행위를 통해 입증해보여야 하는 것은 알아. 어차피 해야할 일, 일어날 일. 걱정은 그게 아니야, 아닌 걸 알잖아. 나는 동사動詞가 좋아. 명사名詞가 되고 싶지 않아. 하는 것과 되는 것은 다르니까. 영문법에서 하고 많은 동사들 중 be-동사만 왜 따로 빼서 구분하는데. 여러 가지를 하면서도, 아무것도 되지 않을 거야. 그렇게 계속 말랑말랑 했으면 좋겠어. I want to stay malleable. 말랑말랑, malleable. 어감 비슷해서 좋네. 그러네.


말랑말랑한 게 꼭 마쉬멜로 같애, 손가락으로 내 팔을 쿡쿡 찌르며 웃던 시간처럼 이런 대화 또한 그저 농담 따먹기 같았지만, 나는 자꾸만 복기한다. 내가 결국에는 내가 아닌 그저 ‘내가 하는 일’이 되고 말아버리는 건 아닐까, 방구석에서 혼자 두려워할 때 문을 열고 들어와 괜찮다고 말해준 시간도 있었다. 때문에, 이런 대화조차, 네가 장면을 떠나도 그것은 나의 독백으로 남고, 나마저 퇴장해버려도 누군가 여러 번 무릎 꿇고 되뇌었던 신경信經으로 남는 것이다.


넌 너무 이것저것 좋아해서 결국에는 아무것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을 땐 마음이 언덕 굴러서 조금 상처 입었고, 아니 그러니까 나는 이것도 저것도 다 하면서도 그 무엇이 되고 싶진 않은데,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라니 그런 것 되긴 더욱 싫은데, 하지만 나는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사랑하지 않을 계획 없었고, 그러니 내 전쟁을 알아달라 애원할 마음도 없었지만 한 번 언덕 구른 마음은 어쨌든 거듭 언덕 굴렀고 그게 뭐 어때서, 사랑하는 척 하는 것보단 그래도 사랑하는 것들을 사랑하는 게 낫잖아? 할 수 없어서도 아니고 하기 무서워서도 아니고 하기 싫어서라니까?


안심하려고, 어쩌나 싶을 정도로 홀로 마주 하면서, 그렇게 자꾸만 대단한 말들을 한다.




+ froyo ma - spent missing (feat. charlotte day wil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