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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돛단배

"We don't forget, but something vacant settles in us."


-- From Mourning Diary by Roland Barthes











아침에 깰 때마다 목이 꺾인 채로 일어난다. 그게 새롭지는 않지만 너무, 아프다. 자고 일어난 직후에는 요가 매트에 엎드려 뒷목과 어깨를 시원하게 풀어주는 요가 자세를 해보려고 해도, 밤새 등이 얼마나 뻣뻣해졌는지 잘 되질 않는다. 그렇지만 언제라도 침대가 제일 편해. 며칠씩 외박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와 나를 팽개치듯 침대에 누우면 그렇게 행복할 수 없다. 그냥 전부 잊고 잠만 자고 싶다. 느리고 깊게. 물론 다음 날 아침에는 개운하게 잠에서 깨었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또 잠들고, 또 잠에서 깨고... 그래 이런 건 물론 잘 모르겠다. 사람들과 밤바다에서 하늘로 불꽃을 쏘아올리며 요란하게 웃다가도, 다음 날 방바닥에 쨍그랑 흩어진 팔찌를 주워 모으다가 기분이 더러워진다. 술 취한 친구 등에 제정신으로 업혀서 비를 맞으며 깔깔 거리다가 시끌벅적함을 뒤로 하고 편의점에 코코넛 워터를 사러 가는 어두운 골목길에서 남의 어깨를 잡고 우는 것이다.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간다 싶다가도 뒤돌아보면 이미 이만큼 와 있는 것과 비슷한 걸까.


기억이 추억처럼 육중해질까봐 자꾸만 함부로 이야기하고 싶다. 그러나, 마음껏 하지 못한다. ("I don't want to talk about it, for fear of making literature out of it -- or without being sure of not doing so -- although as a matter of fact literature originates within these results." Ibid.)


내내 솔직하자 싶었는데, 돌이켜보면 어쩔 수 없이 진솔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다. 17층에서 바다를 내려보다가 문득, 졸린 입으로 너무 이른 저녁을 먹다가 문득, 그렇게 생각한다. 또렷하게 알겠다. 후회한다. 힘껏 후회하되 결국에는 후회하지 않겠다고 연초에 그렇게 다짐했으니까, 일단은 후회한다. 나중에는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서



+ nils frahm - w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