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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돛단배

"My objections suddenly seem so transparent here in the daylight,"



-- From Smilla's Sense of Snow by Peter Høeg






from Ida (2013; dir. Pawel Pawlikowski)






전깃세가 많이 나왔다. 여름의 고지서는 어쩔 수 없다. 주차장을 가로질러 걷는 것이 너무 더워 의아해하며 달력을 보니 한여름이다. 두 달 정도를 뭉텅 잃어버린 것 같다. 비어있는 기분이냐니, 그건 또 무슨 질문이지. 내가 어떤 문장으로 대답하길 바라길래. 나쁘네, 하니 수긍한다. 소용없지만 자꾸만 생각한다 생각해본다 무엇이 우리를 흔들었는지 흔들고야 말았는지. 난 재촉한 적도 없는데. 재촉하지 않아서였을까. 재촉했어도 똑같았겠지. 일 년 중 낮이 제일 길다는 날, 해뜨는 것을 바라보며 기절하듯 잠에 빠지면서 나는 하필 그런 것이 궁금했다. 앞으로 낮이 점점 짧아질테고, 반바퀴를 돌고 나면 밤이 가장 긴 날이 올 것이다. 너무 추운 것이 의아해 달력을 보면 한겨울이기도 할 거야. 그렇게 가만히 두어도 느리게 살아 움직이는 시간을 너무 멋대로 압축하려는 것 같아서, 나는 그 모습에 등을 돌리며 서러웠던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별로 애쓰고 싶지 않다.



+ peter broderick - a simple remin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