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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돛단배

"But it is by blind chance only that we escape tragedy."



-- From Pantoum of the Great Depression by Donald Justice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우리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우주만큼 팽창한 찰나를 보았다. 내가 살아있는 한 그것들은 영원히 팽창할 것이다.


-- 라고, 저렇게 쓴 노트를 이메일 draft함에서 찾았다. 마지막 수정 날짜는 4월 3일, 불과 열흘 정도 이전에 쓴 문장이지만 대체 어떤 맥락에서였는지 모르겠다. 어떤 단어의 조합들은 마치 실수로 잘못 찍은 사진 같다. 여튼 당장은 기억나지 않는 내 마음이지만, 나중에라도 기억이 날까봐 지우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지울 걸 그랬나. 그렇지 않아도 내 손엔 조각난 글들이 잔뜩인데. 쓰다만 것들이 너무 많다. 몇 주 째 많은 시간을 앉아서 읽고 쓴다. 모니터를 멍하게 바라보다가 좋은 과학을 하고 싶다, 문득/가끔/자주 생각한다. 좋은 과학 그게 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서 매번 허공을 쥐고 기도하는 기분이 든다. 나름대로 솔직해진다. 그렇게 앉아있기만 하는 동안 발목은 많이 나았고, 대신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에어컨을 너무 틀어두고 잠들어서인지. 목에서 자꾸만 답답한 소리가 나고, 머리도 덩달아 답답해진다. 요샌 밥을 잘 먹고 있으니 빨리 나을 수 있기를. 발목을 다치고 나서 보름 정도는 기분이 안 좋은 탓에 끼니를 제대로 챙기질 못했지만 다시금 열심히 잘 먹고 있다. 혼자 먹을 때보다 남과 먹으면 더 잘 먹는 것 같기도 하다. 부활절이 지났지만 소고기는 아직 다시 먹지 않았다.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 앞으로 평생 소고기를 먹지 않아도 그다지 슬프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오히려 조금 슬퍼졌다. 대신 거의 4년 만에 처음으로 스팸을 먹었다. 김치볶음밥에 넣을 것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집중해서 또박또박 김치를 써는 남자친구를 보면서 나보다 김치를 더 잘 써는구나, 생각했다. 부엌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좋았다. 봄이구나. 4월이다. 4월이었다. 보스턴과 팽목항이 겹쳐 떠오른다. 마음이 범벅이 된다. 사과와 위로가 묵인과 외면보다 그렇게나 힘들고 어려운 것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 우리들의 원망에는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러나 잘못된 것들을 고칠 수 있으면 좋겠다. 가난한 약속을 하는 심정으로 부디 평화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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