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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돛단배

"I have decade-old one-line emails from friends still saved on my hard drive."


-- From The Lost Art of the Condolence Letter by Saul Austerlitz











주말의 끝에서는 모닥불 앞에 앉아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하늘을 봤다. 하늘만 봤다. 온갖 색이 천천히 그러나 끊이지 않고 번졌다. 밤 한 시간을 내어주고 낮 한 시간을 얻은 첫날이었다. 이것 좀 보렴, 이러니 시간을 잃어도 마음 상할 것 단 하나 없구나. 우리는 화로에 장작을 꾸역꾸역 먹여가며 불을 쬐었다. 구운 감자와 옥수수, 새우를 먹고 나무 타는 냄새를 실컷 맡았다. 가디건에 내려 앉은 재를 털어내고 일찍 귀가했다.


아파트 임대 보험을 일 년 연장했다는 서류를 아파트 오피스에 보내면서 내가 벌써 이만큼 살았구나 생각했다. 일을 망치고 황망함에 손톱을 뜯었다. 곧 남의 더욱 엉망진창인 발표를 보면서 훗날의 나도 저러면 어떡하지 걱정했다. 너는 남의 기대에 잘 부응하는 편이니, 나는 이런저런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 겁이 나서 가끔은 일부러 일을 망쳐, 그러던 친구의 최근 고백을 떠올리며. 만난지 두 달 된 애인과 지난 주말 의식적으로 헤어졌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러 인공호수까지 함께 걸었다. 잊고 있던 언제적의 논문 최종본을 받아서 교정했다. 퇴근하고는 표정 왜 그러냐는 사람들 말을 들으면서 맥주 딱 한 잔만 마셨다. 다리 위를 운전하는 건 어째서인지 언제나 기분이 좋은 일이다. 가방을 팽개치고 옷도 제대로 못 벗고 침대에 주저앉아 소포를 뜯고 편지를 읽었다.


이번 여름이면 우리가 얼굴 보고 지낸 세월의 절반 동안이나 서로를 만나지 못하고 살아온 게 되어버려.


나도 알아.


우리는 오래도록 평행하겠지.


사랑하는 사람들을 허공에 필사할 때마다 나는 마음이 이만큼 부풀어 끝도 없이 잘 살고 싶어지고 그것의 일환으로 나는 앞으로 분명하다 생각되는 말이라면 짧더라도 뱉을 것이다. 어제는 내 방의 전구 세 개를 갈았다. 그렇게 구석구석을 밝혔다. 글자를 껴안고 자고 싶다.



+ blackbird blackbird - hawaii (niva rem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