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간의 돛단배

"What etiquette holds us back / from more intimate speech, / especially now, at the end of the world?"


-- From Vestibule by Chase Twichell






자정 가까운 시간에 퇴근한 어느 날 머리에 손전등을 단 어떤 여자가 마이클, 마이클, 똑같은 이름을 작지 않은 목소리로 부르며 우리 집 앞 주차장을 빙빙 돌고 있었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끄덕 인사하고는 계속해서 마이클을 찾는 것이었다. 다음 날 건물 밖 계단 앞에는 고양이를 찾고 있다는, 손으로 또박또박 쓴 공고가 붙어 있었다. <마이클 - 나이 15살, 치료가 필요함>. 고양이 이름이 마이클이라니 그건 조금 별로군, 너무 사람 같잖아. 룸메이트는 그렇게 말했다. 며칠 동안 인사처럼 그 공고를 쳐다보며 출퇴근을 했는데 오늘 보니 그 공고가 없어져있었다. 그 여자는 마이클을 찾았을까. 포기했을까. 아마도 찾았겠지. 그랬으면 좋겠다. 며칠 동안 비도 많이 왔는데. 쏟아지는 비에 놀라 웬 새벽에 잠에서 깬 적도 있었다. 게다가 그날은 술에 취해 잠들었기 때문에 깨고 나서 잠깐보다는 조금 더 길게 혼란했다. 안아줘 나 좀 안아줘, 칭얼대는 마음으로 다시 잠들었던 것 같다. 오늘은 비가 내리진 않았지만 하늘이 완전하게 흐렸다. 낮에는 차 엔진 오일을 바꾸고 집으로 돌아와서, 어제 새로 들여온 바구니 모양의 중고 의자에 들어가 한참 앉아 있었다. 포개어진 자세로 흐린 창밖을 보며 바람을 맞았다. 두통약을 먹었다. 손과 발이 시려서 못 견딜 때까지 그렇게 앉아 걱정했던 2월이 비교적 조용하게 끝난 것에 대해, 무턱대고 원망하는 행위를 쉬는 일에 대해, 그러나 마음에 고이는 말을 더듬지 않고 발음하려는 의지에 대해, 그리고 쉽게 끊어지지 않는 삶에 대해 생각했다.



+ bruno pernadas - huzo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