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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돛단배

2014




올해도 서정에 사장되고 싶었다. 그리고 서정은 여전히 내가 기대하지 않을 때마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나를 묻었다. 나는 잠자코 있었다. 그러다가 좋은 일도 했고 나쁜 짓도 했다. 좋은 일은 '' 같고 나쁜 짓은 '' 같다. 그러나 언제나처럼 원대한 일도 원대한 짓도 하진 않았다. 나는 그 정도였다.















부산, 로체스터(미네소타), 애틀란타, 샌디에고, 팜스프링, 마이애미, 올랜도, 샬롯, 뉴욕, 세인트루이스, 시카고, 그리고 잭슨빌에 있었다. 내가 하루라도 잤던 모든 곳을 각자 사랑한다. 버릇이다.


살아본 여름 중 제일 길었다. 잊을만 하면 다시 더워지는 식이었다. 여름에는 많이 울었다. 장마처럼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여름의 끝에서는 여전히 MagnetLast Day of Summer를 들었다. 의식이다.


그 어느 해보다도 바다에 많이 갔다. 바닷가의 날들이다.















박사 필기 자격시험을 통과했고, 앞으로 몇 년 동안 있을 실험실을 찾았다. 네 개의 실험실을 돌아다닌 결과였다. 룸메이트도 네 번 바꼈다. 부산 본가 이후 처음으로 1년 이상 머물 집에 들어왔다. 머문다는 것이 비정상적으로 느껴지기 직전이었다.


이방인의 기분을 겨우 집어치우기 시작했다.


완벽해지진 못하더라도 지금의 한계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법을 익혔다. 그것이 나쁘지 않다는 것도.















영화는 작년만큼 꾸준히 봤다. The Past는 자꾸만 뒤돌아서 우두커니 움켜쥐고 싶은 영화였다. 단편영화 중에서는 I Think This Is the Closest to How the Footage Looked가 그랬다. Under the Skin은 너무 이상했지만 좋았다. Boyhood는 연례행사처럼 매년 보고 싶다. Jodorowsky의 영화를 처음 보았다. Only Lovers Left Alive'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가 아닌 '유일하게 살아남은 연인들'이 맞는 번역이지만 상관없다. 영화적인 모든 롱테이크와 뒷모습을 사랑한다.


책은 작년만큼 꾸준히 읽지 못했다. 무엇을 읽어도 재미가 없을 때마다 두려운 기분이 든다. 마음에 쏙 드는 소설을 읽은지 오래되었고, 시집도 비슷하다. 그나마 논픽션은 괜찮다.


음악은 그 어떤 전제를 불문하고 숨쉬듯 들었다.


글은 조금 썼다.















가족상을 당했다. 그런 일을 겪고 나자 서른 살 이후의 삶을 진지하게 상상하게 되었다.


규칙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천식끼가 많이 줄어들었다. 이제 10키로미터 정도는 쉽게 뛴다.


부모님의 도움으로 차를 샀다. 당연하게도 운전이 늘었다. 하지만 아직도 후진주차는 못 하고 평행주차는 어렵다.















방학 같은 사람과 낮잠 같은 연애를 했다. 나는 이따금 거대한 기분이 들었다.















많은 것을 처음 해보았고 내년 또한 그러리라는 것을 안다. 이해는 머리고 소용은 마음이라는 것을 활자로 깨닫고나자 조금 괴로워졌다. 몇 가지 트라우마를 벗어났고 몇 가지 트라우마는 벗어나지 못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 일이다. 대신 후회했던 일을 후회하는 일을 그만하기로 했다. 이 다짐은 매년 갱신한다. 이렇게 살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