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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돛단배

"air is your permanent struggle to breath,"


아무래도 내가 나를 지겨워하기 시작했다.


-라고 8월의 끝에 가까스로 한 문장을 쓴 흔적이 여태 남아 있고, 그냥 두기로 한다. 어떤 맥락이었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런 것들은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다(이 문장은 내가 제일 자주 남용하는 문장이다). 알록달록하게 어두컴컴한 친구 집 거실에 앉아 친구의 바텐더 남자친구가 만들어주는 술을 마시며 9월을 맞았다. 9월로 넘어왔음을 뒤늦게 깨닫고 생각했다. 달력이란 뭘까. 어제 다음은 오늘이고 오늘 다음은 내일일 뿐인데 순환하는 숫자를 달아놓는 것만으로도 나란함에 끊어짐이 생긴다. 어쩔 수 없이 넘게 되는 문턱과도 같고, 나는 누군가에게 등을 떠밀리는 것만 같다. 비정한 일이다.


긴 주말이 끝난 이후로 이상하게도 밤에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해서 며칠째 새벽녘에 잠들어 늦은 아침에 일어나 죄책감 하나 없이 늦게 학교로 가는 일을 반복했다. 나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 아무도 없어서 나라도 나에게 뭐라고 한다. 되도록 일찍 출근하는 습관을 들이자. 오피스 컴퓨터 본체 위에 올려 두고 종종 생각을 기록하는 샛노란색의 저널에 그런 다짐을 적었고, 몇 번은 그것에 충실했고 몇 번은 소득이 없었다. 이미 가득 찬 주차장을 가로지를 때면 초라한 마음이 되었다. 날이 곧잘 쨍쨍해서 더욱 그랬다. 그렇게 9월의 첫 삼 분의 일을 훌쩍 보냈다.


연례행사같은 생일을 비틀거리며 통과하고 나니 정식으로 나이 든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돌이킬 수 없다.


오늘 낮에는 누군가 나를 끌어안으며 자길 미워하지 말아달라고 했(미워한 적 없다), 어제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가 소식이 끊어진 친구로부터 꼬박 석 달 만에 이메일을 받았다("미안해 할 말이 정말 많다 어떡하지 조금만 기다려"). 나는 이따금 이메일 제목이 내 이름인 것들만 찾아 읽는 버릇이 있다. 마치 남이 쓴 영화 각본을 몰래 읽는 느낌이 나기 때문에. 보이후드Boyhood 이후로 새로운 영화를 보지 않았다. 내 인생도 그처럼 누군가로 하여금 식물을 떠올리게 할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때로는 남의 값싼 동정만 수집하고 싶다. 또 이렇게 요란으로 고요를 빈다.



+ wye oak - f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