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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돛단배

but it's okay darling, i'm mostly benign,







단어에 미치지 못하는 생각이 잔뜩이다. 생각의 숫자는 많아지지만 각각의 길이는 짧아지는 식이다. 거의 단위에 가깝다. 어느 정도 길어져서 단어가 되는 생각들은 이미 거듭되고도 거듭되는 바람에 가까스로 임계점을 지나친 생각들이다. 가령: 나는 어떤 독일까. 이것은 나를 죽일까. 죽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살릴 수도 있지. 스트레스 상황에서 세포는 단백질과 핵산을 똘똘 뭉쳐 과립을 만든다. 아마도 방어 및 보호기작의 일종일 것이다. 그걸 현미경으로 쫓아다니면서 예쁜 사진을 찍는 것이 요새 내 일이다. 형광이 바래지 않기 위해 조명을 최소화하여 어두운 방 안에서 그것들은 마치 별처럼 빛난다. 마치 안심시키는 것처럼 괜찮아요 마음 놓아요 나는 대체로 무해해요


지난 주에는 리차드 링클레이터의 Boyhood를 봤고, 식물이 자라나는 걸 관람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그 긴 영화가 끝난 뒤 어두운 일차선 도로를 운전해서 귀가하다가 우리가 살면서 순간순간 클라이막스라고 생각하는 장면들을 한데 줄세워놓고 보면 일정하게 완만하고 연속적인 곡선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에는 우리가 관통당하는 것 같아도 돌이켜보면 우리가 관통하고야 말았던 것이 시간인 것이다. 그런 거시적인 시선이 주는 안정감이란 게 있다. 연속하기 때문에 내가 아늑해하는 일정함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그간 사랑했던 모든 것들 그리고 사람들은 나보다 늘 일정한 간격으로 일정했다. 혹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래서 네가 잘 잤어? 하고 물어올 때마다 나는 지난 밤 정말로 잘 잔 것 같다. 이 세상에서 '괜찮다'는 말 다음으로 제일 좋다.


























나는 여전히 총천연색의 여름이라고 괜찮다고, 촌스러운 걸 알면서도 이렇게 자주 소리내어 생각하지 않으면 마음이 자꾸만 탈락한다고



+ holy other - he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