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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존재

sketch 010




"누나, 나도 요즘 만나는 애 생겼는데."


- 오! 축하해. 잘 됐네, 우리 학교 애야?


"응. 아니. 음, 우리 학교 의대 다녀. 나보다 한 살 많으니까 누나랑 동갑. 그러고보니 연상 만나는 건 처음이네... 몇 달 전에 친구 집 파티 가서 처음 만났는데 그 뒤로도 몇 번 더 만나다가, 이렇게 됐어. 좋아. 재밌고, 똑똑하고, 나처럼 춤도 좋아하고, 키도 커. 170 cm 좀 넘는? 멋있는 여자야."


- 와, 너네 둘이 나란히 서있으면 장난 아니겠다."


"하하... 그런데 상황이 상황이라서 그런지 자꾸 혼자서 생각이 많아져."


- 어떤?


"누나도 알다시피 나 대학 다니면서 중간에 길게 쉬는 법 없이 계속 연애했잖아. 그런데 이번에는 사실 얘가 날 먼저 좋아해서 만나게 된 건데, 그런 적은 거의 처음인데... 나를 왜 좋아하나? 그런 생각."


- 그건 또 무슨 말이래.


"얘는... 나는 곧 학교 졸업할 텐데 졸업하고 뭐 할지 아직 정해지지도 않았고, 계획대로 의대에 가고 싶은 건지 아니면 진로를 바꿀 건지 계속 갈등되고, 심지어 여기에 남을지 한국으로 돌아갈지조차 모르겠고, 군대도 해결 안 됐고, 어느 하나 확실한 게 없잖아. 걔는 의대에서도 고년차고, 곧 보드 시험도 준비할 거고, 그렇게 진로가 결정되어 있고... 나와 걸어가는 길도 걸어가는 속도도 그냥 너무 확연히 다른데. 왜 나랑 있으려고 하는 건지."


- 그런 부수적인 것들이 상관없을 정도로 너를 좋아하나보지.


"그런 거야?"


- 그런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