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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존재

72.10비트


미안하다는 말이 세상에서 제일 싫었는데. 이제는 그런 말이라도 듣고 싶고. 그 말이 필수불가결하다고 생각하고. 그러나 오가는 말은 드물고. 역시나 말에 기대는 나의 증상을 깨닫고. 손톱은 물어뜯을수록 작아지니까. 나는 내가 너무 작게 느껴져서. 내가 희미해졌는지 궁금하니까. 그 경도를 확인하는 순간이 겁이 나서. 차라리 나를, 찌르지 그러니. 바람이 불면 숨지 않고 앉아서 온몸으로 압력을 안고. 가끔 안부 대신 존재여부를 묻고. 모르는 사람들의 질문에 웃기만 하고. 그러다가 바람이 약하다 싶으면 고개를 들어. 저만치 있는 남들(주로, 성공한 동기들)을 봐. 내가 받는 축복과 내가 팽개친 기회들을 다시 한 번 망각해. 게으르게 살고 있어. 그저 너의 틈에 갇혀 뭘 하고 있나 의아해져. 차라리 나를, 죽이지 그러니. 아니지. 사실 난 "죽고 싶도록/살고 싶어"(류근). 하지만 "인생은 그렇게 함부로 살아 있으라고 부탁하는 일이 아니"지(이이체). 쉽게 말하면 나는 그냥 이도 저도 아니지. 다만 누가 나를 대신 살아줬으면 싶을 때가 있는 거지.